이야기

[소설] 설원의 음유시인, 그 전의 이야기.

질문자 캐릭터 아이콘새벽녘커피잔

추천수1

본 유저수1,828

작성 시간2018.09.16

*설원의 음유시인 episode ver.
*그전의 이야기.
*no where (메이플 ost)

 

새하얀 설원이 펼쳐진 이곳 엘나스는 매일같이 차가운 눈발이 휘날렸다. 너무나도 춥고 모든 것이 얼어붙는 이곳은 신이 버린 땅,이라고 불리기까지 했다.
전쟁과 약탈은 끊임없이 일어났고, 먹을 것은 늘 부족했으며 검은 마법사라는 존재의 부활로 이 세계는 더욱더 어둡고 혼란스러워졌다.
나는 이곳 설원의 땅에서 태어난 아주아주 평범한 아이였다. 아버지는 용병이셨는데, 내가 아주 어릴 적 전쟁터에 나가신 뒤로 돌아오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그때부터 시름시름 앓으시다 결국 내 곁을 떠나셨다. 나는 성인이 채 되지 못한 나이에 먹을 것을 찾아 헤매었고, 전쟁이 일어나면 피난민 대열에 합류하여 목숨을 이어갔다. 나는 살기 위해 온갖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리 덧없는 목숨에 끈질기게 매달렸던 걸까. 참 알 수 없다.


어느 날 나는 용병에 들어가기 위해 용병 부대 막사 근처를 배회했다. 하지만 약하고 어린 나를 그들은 받아주지 않았다. 당연한 것이었다. 나는 전쟁터에서 힘 한번 못 쓰고 파리 목숨처럼 쓰러질 인간이다. 하지만 난 살아야 했다. 생존 본능인지 무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살고 싶었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끈질기게 애원하다가 어떤 남자가 날 불렀다.
 그 남자는 다른 용병들에게 대장이라고 불렸다. 아마도 그가 이곳의 지도자일 것이었다. 그는 나를 내려다보았고 곧 막사 안에 들이라 했다. 나는 그 덕에 이곳에서 용병들의 갖은 심부름과 뒤치다꺼리를 하며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대장이라 불리는 그 용병은 늘 입에 은퇴를 달고 살았다. 하지만 그는 결코 그리하지 않았기에, 부하들은 그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뿐이었다. 저 용병은 강했다. 분명 마음씨도 따뜻한 사람일 것이다. 나를 받아준 것을 보면.

 용병은 생각했다. 자신은 수많은 죄악과 과오를 저질렀다. 전쟁에서 죄 없는 수많은 목숨을 빼앗았고, 마을을 불태웠으며 그로 인해 힘없는 과부와 고아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막사에 들인 저 아이도, 내가 저지른 죄악의 산물일 것이다.



 또다시 전쟁이 터졌다. 용병은 나에게 이제 그만 피난길에 오르라고 했지만 나는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말했다. 나도 전쟁에 참여하겠다고, 아주 객기를 부려보았다. 그래도 그동안 꽤나 정이 들었는데, 이대로 또 피난길에 오른다면 나는 또다시 차가운 눈에 덮인 아이들의 시체와 굶어 죽는 사람들을 보게 될 것이다. 또다시 끝을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시달리겠지. 그리고 피난을 간다 해도, 이 저주받은 땅에서 전쟁으로부터 도망칠 곳이 있을까.
하지만 내 어리석은 말에 용병은 날 차갑게 밀어냈다.

"너 혹시, 10년 전에 엘나스에 존재했던 마을을 기억하나."

10년 전 나는 그 마을에서 온 용병들과 싸웠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전멸하였고, 우리의 승리로 끝났다. 그 사실을, 알고 있나.
아직 하얀 눈발처럼 반짝이는 아이의 눈에 잔인한 진실을 박아 넣었다. 눈앞에서 새하얀 빛이 **가는 걸 지켜보고, 용병은 또다시 쓴 피를 삼키고야 말았다.



 나는 도망쳤다. 그에게서, 그 용병에게서...
그가 바로 내 아버지를 죽인 장본인이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저 안에서 그들과 따듯한 인간미와 정을 느끼며...
아니, 그들은 정말로 내게 따뜻했다. 친근한 사람들이었다. 나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새하얀 눈이 지긋지긋하게도 내리고 있었다. 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
그래, 이곳은 신이 버린 땅이다. 이렇게 척박하고 지옥 같은 곳에선 그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고,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 이곳은 지옥이었다. 현실보다 더 새하얗고 아주 차가운 지옥.

 나는 피난길에 올랐다가 폭격을 맞아 눈밭으로 쓰러졌다. 눈밭은 푹신푹신했지만 차가운 눈이 더는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 나도 이제 엄마 아빠에게 돌아갈 수 있는 건가. 드디어 이 지옥 같던 생활이 끝나는 것인가. 그래도 나 정말 열심히 살았다. 죽지 않으려고, 살기 위해서 발버둥 쳤었다. 하지만 이젠 정말 지쳤어.

'그 용병에게 고맙다고 한 마디 정도는 하고 나올 걸 그랬나.'

 나는 멀리서 들려오는 눈 밟히는 소릴 들으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눈을 감았다. 하늘에선 하얀 눈이 쉴 새 없이 쏟아졌고 곧 그 눈은 꼭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이 내 몸을 새하얗게 덮어주었다. 아주 시린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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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류드 스토리가 넘 슬퍼서ㅋㅋㅠ한번 소설같은 거 써보고 싶었어요. 퀘스트 하면서 넘 슬펐다는..ㅠ

질문자 캐릭터
질문자 캐릭터 아이콘새벽녘커피잔 Lv. 0 리부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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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캐릭터 아이콘아크으으윽 2018.09.17

    대장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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