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검은 마법사와의 결전 이후 - 1
오르카가 거친 숨을 내뱉었다.
"성공······ 인가?"
거대한 어둠이 찬란한 빛의 일격을 맞고 쓰러졌다.
바야흐로, 신과의 전쟁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모험가님! 당신이 해냈어요!"
시그너스가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모험가를 거인의 심장으로 보낸 이후 매일밤을 뜬 눈으로 지새우지 않았던가.
그러나 대적자는, 성공적으로 운명을 부수고 자신의 눈 앞에 나타났다.
꿋꿋히 서있는 모습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꼈다.
하지만, 왜일까.
역사적인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모험가의 표정은 그저 고요하기만 했다.
"······?"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이상하리만큼 반응을 보이지 않는 모험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낀 오르카가 다급하게 외쳤다.
"야, 너······!"
그 순간.
스스스-
불길한 소리와 함께, 모험가의 손과 발 끝이
서서히 에르다로 분해되기 시작했다.
"왜, 왜······ 어째서······?"
황망히 고개를 든 모험가가 시그너스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여제님, 마지막 명령은······"
"아, 안 돼!"
시그너스가 모험가를 향해 다급히 손을 뻗었지만
매정하게도, 미처 손 쓸 틈도 없이 모험가는 완전히 소멸하고 말았다.
마치 신기루처럼,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채.
"······."
시그너스는 모험가가 있었던 곳을 멍하니 쳐다봤다.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눈 앞이 어지러웠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칠해지는 것 같았다.
깊은 곳에서부터 이루 표현할 수 없는 비통한 감정이, 전신을 옥죄었다.
모험가의 마지막 한 마디가 귓가에서 환청처럼 윙윙거렸고
지금까지 함께 해왔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첫 만남, 레지스탕스와 블랙윙, 마족의 에레브 침공, 블랙헤븐, 에스페라, 문브릿지,
그리고······
「싸우세요. 이기세요. 반드시 돌아오세요. 이건 명령입니다.」
"아, 아아······"
순간 난데없이 큰 굉음과 함께 땅이 울리자 오즈가 서둘러 달려왔다.
"거인이 다시 움직여요!"
"시그너스님! 지금 당장 빠져나가야 합니다!"
시그너스는, 대답하지 못했다.
"어차피 무리야. 엔진이 모두 타버렸어. 거인의 외피도 닫혀버렸고."
"······괜찮아. 그건 내가 해결할 수 있으니까. 잠시 너희들 배의 마력을 좀 빌릴게"
오르카가 마력을 이용해 배를 띄우자, 옆에서 이리나가 소리쳤다.
"좋아. 미하일! 여제님을 모시고 탈출선으로 가! 뒤는 우리가 봐 줄 테니까. 모두 서둘러 이 곳을 탈출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