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소설] [반레온x이피아] 영원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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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시간2017.10.03

[반레온x이피아] 영원한 순간


메이플 전력 60분
주제 : 순간, 찰나

작성시간 : 2017.09.23 19:23 ~ 2017.09.23 23:59









순간은 아름다웠고,
찰나여서 서글펐다.




*




엘나스 깊은 산맥 언저리 쯔음에,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성이 있었다.


짙은 석회벽으로 지어진 성은
설원의 바람에 얼어 약간은 희게 보였다.


엘나스의 크고 작은 마을,
사람들은 그 성의 왕을 알고있었다.








"어머, 꽃 한 송이 없이 축제를 다니다니 이상한 분이네요."
남자는 잠시 멈춰선 자리에서,
가게의 여자가 건넨 장미꽃을 쳐다보았다.


"..고맙군.."
남자는 가시를 잘 쳐내, 손끝이 아리지 않는 꽃을 받아들었다.
여자는 짧게 웃었고, 남자는 여자를 따라 입꼬리를 올리려했다.


푸핫-!
눈은 어찌할 줄 모르는,
정말 입술만 달짝이는 미소라고 할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여자는 흐드러지게 웃었고,
남자는 그런 여자가 신기했다.


"죄송해요. 큼, 비웃으려던게 아니었어요."
여자는 사과했고,
남자는 괜찮다했다.


"이 마을 사람은 아니신가봐요,"
"...여기보다 조금 더 위에 있는 곳에서 내려왔네,"
"여기보다 위에 또 사람이 사는 군요. 몰랐어요."
"하하.."
남자는 대화가 어려웠다. 그의 대화는 늘 한 방향으로만 이루어져서, 물어보는 것은 곤역스러웠다.
여자는 남자가 말없이 장미 가지를 두 손가락으로 살짝살짝 돌리는 걸 보면서, 숙맥이라 생각했다.


"아는 사람이 있어서 축제에 오신건가요?"
"아니다.. 그저,"
남자는 말을 먼저 걸어준 여자에게 고마웠다. 동시에 자신에게 짜증이 났다.
여자는 여기까지만 할까, 하고 옅은 미소를 지어보였는데-


"축제에 왜 꽃이 필요한 것인가?"
남자는 용기를 내었고,
여자는 눈을 접어 웃었다.




"축제에 같이 갈, 파트너에게 드려야 하니까요."



남자는 생각보다 성미가 급했다.
말보다 행동을 먼저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같이 가줄 수 있나?"
보통은 물음 뒤에 와야하는 꽃이,
그보다 훨씬 전에 그러니깐
여자가 남자의 물음에 답하자 눈 앞에 놓여졌다.




여자는 화사하게 웃으면서,

남자가 가지끝을 잡아 건넨 장미를

잎사귀 바로 위에 두손가락을 대어 집어 들었다.



"좋아요."
여자는 남자가 했던것처럼,
소리보다 눈빛을 먼저 보냈다.





*







루덴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 뜯은 채로, 성의 온 곳을 돌아다녔다.


"왕께서 지나가셨는가?"
"아니요, 이쪽으로는 지나가지 않으셨습니다."
근위병은 잔뜩 긴장한 채로 대답했고, 루덴은 한숨을 쉬고 다시 성 안쪽으로 들어갔다.


도대체, 어디로, 가신, 걸까,


빅토리아 내전때문에, 동맹이 결성되었다고 보고를 드려야하는데!!
루덴은 제 1탑에서부터 무서운 눈빛을 하고 바로 알현실 문 앞으로 다가갔다.
덕택에 근위병들은 잠도 못자고 저들의 자리를 지키고 서있었다.


-탕, 탕.
루덴은 이 밤에만 세번째로 알현실 문을 두드렸다.
정말 이번에도 대답이 없으면, 그냥 들어갈 셈이었다.


'들어오게'
루덴은 안에서 들려오는 대답에,
문을 두드리려고 쥐었던 주먹을 펴서, 저의 손바닥을 한번 쳐다본 뒤-
그의 처소로 들어갔다.


"어디가셨습니까?!"
"찾았나보군.. 잠깐, 바람좀 쐬러.."
여기 바람 4시간 쐬면, 어디 하나 떨어져 나가십니다.
루덴은 황당한 변명을 하는 반레온이 의심스러웠지만, 차마 상전에 뭐라 할 수는 없어 입을 꾹 다물었다.


"..단장은 전할 것이 있어 왔는가?"
"예, 빅토리아 북부에서 내전이 일어났습니다. 승리 국이 동맹을 결성하고 다닙니다."
"....그 화산지대 말하는 건가?"
"예, 물론 그들이 여기까지 오지는 않겠지만서도. 이번 전쟁이 조금 심각하다고 해서 보고드리러왔습니다."
"알겠네,.."
"그럼,"
루덴이 알현실을 나서려하자, 반레온이 그를 불러세웠다.




"내일 아침, 정원사를 좀 만나고 싶군."
루덴은 순간 그에게 되물을 뻔했다.




*




"이피아,"
남자는 그 뒤로 시간이 날 때마다! 여자의 꽃집에 들날락거렸다.

"레온, 또 꽃이네요?"
여자는 꽃집에 꼭 꽃을 들고와서 건네주는 그가, 그답다고 생각했다.

"집 앞에 있는 꽃.. 다 꺾이겠어요.."
여자는 그 날 처럼 꽃을 들어올렸다.

"꽃은 다시 자랄테니.."
"겨울에 장미는 안펴요."
남자는 당황하면 목을 긁적이는 버릇이 있었다.
그래서, 그가 꽃집을 나설때 쯔음에는 목뒤가 벌겋게 올라올 정도였다.




"고마워요. 항상."
여자는 더이상 놀리다가는, 남자가 산맥 아래까지 내려가서 꽃을 구해올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는 남자에게 의자를 주었고, 남자는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았다.
여자는 찻잔에 뜨거운 물과 찬 물을 섞어 차를 내었다.



"차,.. 조심히드세요.."


이전에 남자에게 건넨 차를, 남자가 식히지도 않고 바로 먹어버려서-
여자는 놀랐고, 남자는 너무 뜨거워서 조금 내보냈다.
새어 나간 그대로 자국이 붉게 달아오른 걸 보고, 여자는 남자 입안에 얼음을 물려준 채로 꾸짖었다.



"고맙군,"
남자는 인사를 하고 입가에 차를 가져다댄뒤 마신다.
여자는 한 모금에 반 이상을 비운 그를 보며, 내일은 찬 물을 더 섞자- 하고 다짐했다.

"그 이야기 들으셨어요? 빅토리아 남부인가, 북부.. 쪽에서 내전이 크게 일어났다고.."
남자는 보름 전에 들었던 이야기, 남자는 자신이 모른척을 해야하나 어쩌나 하고 머리를 굴렸다.
여자는 남자의 고민에, 시간을 잠시 준 뒤 입을 열었다.

"모르셨군요, 그래도. 설마 이 척박한 곳까지 오지는 않겠죠?"
"그렇지,"
남자는 당연한걸 묻냐는 듯한 대답을 했고,
여자는 단박에 나온 긍정에 미소를 지었다.

"하긴,.. 여차하면 왕께서 지켜주실테니깐."
"맞아,"
"...이름만 같으면서 확신한다는 말투!"
여자는 남자를 놀렸다.


"이피아, 그대 만큼은 내가 지키지."


여자는 장난스럽게 웃던걸 멈추고, 남자의 눈을 쳐다보았다.



"레온, 좋아해요."



*



정원사는 왕의 은밀한 연애를 알고있었다.
정원사는 매일, 장미를 키우면서 가장 이쁘고 아름답게 피어오른 것들을 눈으로 골라-
왕이 부르면 그것을 손질해 드렸다.

가을까지는 어찌저찌, 장미를 피게 할 수는 있었다.
근데, 겨울은.. 정원사는 미래의 왕비님을 위해 마을을 내려갈까 생각했다.

정원사는 약간 포근한데, 우중충한 하늘을 보며.
불안감을 느꼈다.

내일은 필히 눈이 올터였다.

실내의 장미는 이제 막 꽃 봉우리를 만들었고, 실외의 장미는 딱 얼어붙어 시들지 않고 멈춰있었다.

정원사는 이틀에서 삼일 단위로 장미 꽃을 찾는 왕의 주기를 못 맞출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내어 왕과의 알현을 요청했다.

마침, 자리에 있던 근위기사 루덴이 더 묻지않고 그녀의 알현 요청을 허락했다.

같이 들어온 루덴은 자리를 피하고,

정원사는 왕좌에 앉아있는 그에게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로 상문하였다.




"반 레온 왕이시여, 실내에 장미는 아직 피지않았고,

바깥의 얼어붙은 장미는 내일 눈이 와서 그대로 눈꽃이 될것같아.

제가 큰 마을로 내려가 장미를 구해와야 할 것같습니다."

"고개를 들라,"


"예,"

정원사는 고개를 조심히 들었다.



"큰 마을들은 지금 전쟁 중이라, 내려가보아도 꽃은 커녕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터이니- 내일은..."
왕의 명령에, 정원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



"레온, 오늘은 눈이 쌓였는데.."
여자는 늦은 밤이 되서야 그친 눈을 보며, 오늘은 남자가 오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피아, 시간이 된다면 지금 나와 같이 가주겠소?"
"지금이요?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옷입고, 설피도 신고.. 올께요!"
여자는 먼저 남자에게 차부터 내어주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남자는 여자가 들어가자마자 차를 다 마셨다.

여자는 모르는 사실이지만.
마을까지 내려오는 길이 조금 길어, 남자는 목도 마르고, 추웠다.
그래서, 뜨거운 줄도 모르고 바로 들이켰던것 뿐이었다.

남자는 여자가 나올동안 목 뒤를 연신 주무르며,

준비한 말을 계속 상기시켰다.



"레온?"

여자가 고개 숙인, 그에게 다가가서 부르자-

남자는 여자를 올려다 보았다.



그녀가 펴서 내민 두 손에

이제는 남자의 체온만 남은 찻잔을 올려주었다.



여자는 그것을 작업대 위에 두고, 열쇠를 챙겼다.



"레온, 먼저 나가있으세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꽃 집 문 앞에 섰다.



말갛게 오른 보름달은 바닥에 쌓인 눈에 반사되어, 세상을 밝게 해주었다.

멀리서 자신의 성이 보였다. 눈이 벽을 타고 흐르는 성은 하얀 절경을 이루었다.



"저희 성 진짜 이쁘죠?"

여자는 해맑게, 웃으며 남자가 바라본 곳을 자랑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눈이 쌓여서, 가는 길이 험하지는 않겠어요."

여자는 망토의 후드를 뒤집어 썼다.

남자는 여자를 기다리고, 여자가 손을 내리자.

조심히 그 손을 잡았다.



둘의 체온은 딱 맞았다.





*





"구실이 없어."

폭군은 바로 눈 앞의 나라가 아쉬웠다.

본디 혁명가들은 막힘없이 미래를 써내려나가는 인물인데-



쓰읍, 그는 소리내어 찬 공기를 들이 마셨다.



핏기 없는 깨끗한 냉기,

그는 겨울이 시작되어 앞으로 눈만 내릴 것이라는 책사의 말을 다시금 곱씹었다.



눈이 녹으려면, 족히 반년 정도는 걸린다.



폭군은 불꺼진 마을을 내려다 보다가, 말을 돌리고 수호대와 함께 산을 내려갔다.





*





여자는 남자가 이끄는 곳이 자꾸 성에 가까워져서, 불안해하다.

그제서야 물었다.



"지금 어디가는 건가요?"

"줄 것이 있어, ....성으로.."

여자는 입을 벌린 채로 남자를 쳐다보았고,

남자는 걸음을 멈추고, 맞잡은 손을 그저 꽉 붙들었다.



"말씀을 하셨어야죠!"

불경죄다. 여자는 눈보다 더 하얗게 질려서는 울먹이며 말했다.



"그.. 미안하오.."

남자는 사과했다.

여자는 도망칠까, 그래. 밝으니까 괜찮을꺼야. 그런데 호위대가 있으면 어쩌지?



"이피아, 한번만."

이제는 하얗다 못해, 파래지는 여자는 저도 모르게 몸을 뒤로 빼고 있었다.

남자가 애절하게 여자를 불렀다.



여자는 그제서야 머리에 피가 돌았다.

남자는, 반 레온은, 이 나라의 왕은,

레온은, 진심을 고할 뿐이었다.



이피아는 차갑게 마른 눈을 감았다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 레온은 이피아에게 저의 체온을 고스란히 주며, 성 안으로 들어섰다.



"조심.."

반 레온은 어제 헐은 뒷 성벽을 먼저 넘어 들어간 뒤, 이피아를 안아들었다.

이피아는 그에게 안긴 채로 성 안을 보았다.



탁 트인 설원. 비추는 고즈넉한 달빛.



이피아는 저도모르게 숨을 내뱉었다. 반 레온은 이피아를 조심히 내려놓았다.



반 레온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피아는 그의 손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었다.



그녀는 앞서가는 그의 발자국을 골라 밟으며 따라갔다.



갑자기, 남자가 뒤를 돌아보자 여자는 바로 고개를 들었고,

눈이 딱 마주치자, 그는 단숨에 앞을 보았다.

그녀도 다시 고개를 숙이고서 웃었다.



정원 중간 쯤에 다다르자,

반 레온은 걸음을 멈추었다. 이피아도 그에게 닿으려 뻗었던 다리를 바로했다.



반 레온은 테이블 위의 장미를 감싸고있던, 유리돔을 들어올렸다.

하얀 눈장미를 조심히 잡고서, 그대로 뒤를 돌았다.



이피아는 이번에도 먼저 내밀어진 하얀 눈장미를 보고서,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았다.



"이피아, 나와 결혼해주겠소?"

반 레온은 저의 체온에 녹아가는 장미가지를 양 손으로 더 꽉 쥐었다.

이피아는 눈장미보다 화려하게 웃으면서, 반 레온의 두 손을 포개어잡았다.



"네, 좋아요."






- '영원한 찰나'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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