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메이플스토리: 더 패러독스(26)-(블랙헤븐의 끝-상)
다가간다. 천천히 다가간다. 그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간다. 살의에 휩싸인 그가, 눈 앞에 있는 남매를 죽이기 위해 다가간다. 그의 표정은, 기쁨도, 슬픔도, 분노도 드러나지 않았다. 너무나도 담담하게, 다가갔다.
"이런 식으로 끝나서 참 마음 아프네... 뭐, 거짓말이지만."
계속해서 다가오는 페이러를 향해 오르카는 소리친다.
"우리가... 너에게 뭔 짓을 했다고 이러는 거야!"
페이러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무것도."
그 말을 듣자, 오르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그럼 대체 왜!"
페이러는 표정 변화 하나 없이, 그들에게 말했다.
"사람을 죽이는 데 타당한 이유가 필요있었냐? 우리들에게? 그저 죽이고 싶어서, 즐거워서 살생을 했던 주제에. 너희가 그랬듯이, 나도 그럴 뿐이야. 뭘 무서워하고 있어? 누군가를 죽일 때는, 자신도 언젠가 죽임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전제가 있어야지. 근데 이제 와서 죽기 싫어? 너희는 뭐, 실격이다."
슈와악!
갑자기 무언가가 페이러의 눈 앞에 날아들었지만, 페이러는 가볍게 검지손가락을 움직여 튕겨냈다.
"어라라... 아직 해보겠다는 거야?"
"오르카에게.... 다가오지마!"
오르카를 죽이려 다가오는 페이러를 막아서기 위해, 스우는 일어섰지만, 페이러는 그 행동에 별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다가올 뿐이었다.
"무의미한 저항이야. 지금 그냥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여. 그냥 가만히 있는다면 옛 동료의 정으로 안 아프게 짜개줄게. 너희들의 죄악에 비하면 가볍잖아?"
"그럼 너는 뭐가 잘났지? 너도 우리와 결국 똑같을 뿐이야, 페이러! 죄악이든 뭐든 상관없어! 오르카를 죽게 내버려둘 것 같아?"
스우는, 중력으로 페이러를 누르기 시작했다. 페이러는 그 자리에서 움직임을 멈췄고, 이어 하늘에서 거대한 분쇄기가 페이러가 있는 쪽으로 추락한다. 그러나, 페이러는 표정 하나 꿈쩍하지 않고서는, 스우에게 말했다.
"마음대로 생각해. 뭐, 나도 선량한 사람과는 거리가 머니까. 뭐, 네가 그렇다면 죄악은 집어치우고, 내 말을 정정해줄게."
페이러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분쇄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에 반응하듯 분쇄기는 페이러를 향해 추락하다 멈췄고, 이어 손을 튕기자, 그대로 튕긴 방향대로 분쇄기가 페이러를 비껴가 박혔다.
"그냥 너희들이 죽었으면 좋겠어. 이유따위 아무래도 상관없어. 제발 죽어."
빡!
오르카와 스우를 향해 가던 페이러는, 그들에게 정신이 팔려 한 명이 더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이 상황을 보다 못한 메시어가 칼 손잡이 부분으로 페이러의 뒤통수를 가격했고, 기습을 당한 페이러는 그대로 쓰러졌다.
"휴우......"
이어, 메시어는 오르카와 스우를 향해 물었다.
"괜찮아?"
오르카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이 남자가 자신을 돕는 거지? 우릴 구해 줄 이유는 전혀 없다. 우리는 그에게 은혜같은 것도 베푼 적이 없다. 적이었으면 적이였지, 동지는 아니었다. 전 군단장, 페이러 녀석이 날 죽이려 들 때도, 이 남자는 말릴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근데, 왜지? 왜 우릴 도와준거지? 머릿 속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너..... 왜 우릴 도운거야?"
오르카의 물음에, 메시어는 대답했다.
"뭐... 그냥. 네가 전에 어떤 짓을 했든간에, 그건 살아서 죗값을 치뤄야지, 이렇게 바로 죽는 걸 보기엔 좀 그래서 말이지. 이 남자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내가 알 방도가 없지만, 그냥.... 죽임당하는 걸 보기엔 좀 그랬을 뿐이야."
".......그게 뭐야.... 이상해."
"그나저나.... 아직 뭔가 할 일이 있었는..... 겔리메르!"
그랬다. 페이러의 돌발행동에 당황해, 정작 중요한 것을 잊어먹고 있었다. 겔리메르.... 그 자가 있었다. 그 자를 막지 않으면, 메이플 월드가 끝장나고 말 것이다. 큰일났다. 시간을 너무 지체했다. **!
"이런!"
메시어는 블랙헤븐 내부로 들어가, 겔리메르를 쫓기 시작했다. 메시어가 사라지자. 그 곳에는 스우와 오르카만이 남았다.
"오르카.... 이젠, 끝난 걸까?"
"........아니, 아직 안 끝났어. 겔리메르.... 스우를 그렇게 만든... 그 자식을.... 용서할 수 없어!"
"그래, 오르카를 그렇게 만든, 내가 오르카를 공격하게 만든 겔리메르.... 그 놈!"
스우가 몸을 일으켜 움직이려 하자, 갑자기 배에서 피가 나오기 시작했다. 아마, 페이러에게 당한 관통상이 원인이었을 것이다. 그는 곧바로 배를 부여잡고 쓰러진다.
"으윽....."
"스우!"
오르카가 스우를 향해 다가가 걱정하자, 스우는 웃어보인다.
"난 괜찮아. 오르카. 그런데... 지금 움직이기는 힘들 것 같아. 그래서...."
스우는 오르카의 손을 잡더니, 그대로 눈을 감는다. 그리고, 몇 초가 지나자, 오르카의 주변에 오오라가 생겼고, 오르카는 스우를 쳐다보았다.
"스우..."
"내 힘의... 절반. 원래는 오르카의 힘.... 드디어 돌려줄 수 있게 됐네. 부탁해.... 겔리메르를.... 그 악마를.... 쓰려트려줘."
오르카는 대답했다.
"당연하지. 내가 스우의 몫까지 합해서, 반드시... 쓰러트려줄게."
몇 분 뒤, 블랙헤븐 내부
"적 발견! 제거하라!"
안드로이드들이 메시어를 막아섰지만, 이미 안드로이드들 따위로 메시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아니, 이미 이거 자체가 시간 벌기일 뿐이었다. 메시어는 이제 안드로이드들따위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겔리메르를, 더 늦기 전에... 찾아야 한다. 그렇게 초조하게 달리던 그에게, 어느 방이 보였다. 틀림없이, 겔리메르는 이 방에 있다.
".......... 여기인가!"
메시어는 곧바로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그 안에는 역시나, 겔리메르가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그는, 방독면을 쓰고 있었다.
"방독면?!"
"히히히... 멍청한 녀석."
그 순간, 천장에서 초록색 연기가 살포되었다. 메시어는 함정임을 깨닫고,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이미 초록색 연기, 레티옥신은 메시어의 호흡기로 들어가 체내에 흡수되어, 그를 중독시켰다.
"히히히.... 내가 아무런 준비도 안하고 있을 줄 알았나? 뭐, 그 망할 emp 때문에 시간을 다소 끌어야 했지만... 이제 문제 없군. 제대로 돌아가고 있어."
"이..... 쿨럭! 쿨럭!"
메시어는 일어나려 했지만, 몸에 힘이 없었다. 그를 막아야 했지만, 막을 힘이 없다. 그는, 얼굴이 점차 회색빛으로 바래져갔고, 얼굴은 일그러졌다.
"뭐.... 잠깐 그렇게 누워 있으라고. 지금 아주 중요한 순간이거든."
"찾았다! 겔리메르!"
익숙한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오르카였다.
"어이쿠... 또 손님이 오셨구만. 이거 아주.... 횡재구만!"
오르카는 발 밑의 메시어를 봤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무언가에 당한 듯 보였다. 마치, 독에 중독된 사람처럼 보였다. 그리고, 메시어가 힘겹게 오르카에게 말을 뗀다.
"ㄷ....마....ㅇ...ㅊ...ㅕ.. 도....ㄱ...."
"헤헤, 이미 늦었습니다."
메시어를 습격한 독이, 이번엔 오르카를 습격한다. 도망치기엔 이미 늦었다. 메시어를 전투블능에 이르게 한 독은, 이번에도 다시 천장에서 살포되어, 오르카를 덮쳤다.
"읍!!!"
오르카는 숨을 참았다. 메시어의 상태를 보고 빠르게 독가스를 눈치챌 수 있었다. 그래서, 기습적으로 중독되는 것은 일단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겔리메르는 킬킬대며 웃을 뿐이었다.
"킬킬, 숨 참기로 얼마나 버티시려고요? 오르카님."
그러자, 오르카는 한 손을 뻗더니, 그대로 겔리메르를 향해 물체들이 덮쳐든다. 겔리메르는 정통으로 그 공격을 맞고는, 뒤로 넘어진다.
"으윽... 말도 안돼! 힘이.... 돌아왔다고?"
"그래, 내가 스우를 대신해, 쓰러트리기로 했거든."
"이런! 그럴 수가!"
오르카는 그녀 특유의 웃음을 띄며, 겔리메르에게 다가갔다.
"이제 네 목숨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야. 포기해."
"겔리메르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뒤로 물러나며 총을 쏘기 시작했다.
"으으.... 저리 가!"
그러나, 힘을 되찾은 오르카에게, 총 따위가 소용 있을리가 없다. 오르카는 무심한 듯 총알 사이를 지나갔다. 총알은 전혀 그녀에게 맞지 않았고, 그렇게 계속 지나가다, 오르카는 겔리메르 앞에 도달했다.
"이제... 포기해."
오르카가 겔리메르를 향해 방독면을 뺏으려고 손을 뻗자, 갑자기, 뒤에서 오르카를 무언가가 덮친다.
"아버지를.... 공격하지마!"
그 안드로이드다. 메시어가 방금 전에 만난 그 안드로이드가, 자신들의 아버지인 겔리메르를 지키기 위해, 오르카에게 공격한 것이었다.
"이게!"
오르카는 곧바로 자신에게 다가간 안드로이드를 박살내지만, 문제는 한 기가 아니었다. 갑자기 안드로이드들이 방 안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버지를 공격한다! 적이다! 아버지를 호위하라!"
그 안드로이드들은 겔리메르르를 지킴과 동시에, 오르카를 공격했다. 안드로이드 따위가 오르카를 이길 수는 없다. 그러나, 인간이기에, 안드로이드한테 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이 되었다.
"읍..! 읍...!"
안드로이드의 맹공은 계속해서 오르카를 향해 덮쳐들고, 오르카가 떨쳐내기를 반복하지만, 부서진 만큼 다시 보충되어 안드로이드들이 오르카를 습격한다. 이제 그녀는 한계다. 더 이상 숨을 참을 수 없다. 겔리메르의 호흡기를 뺏었어야 하지만, 안드로이드들 때문에 실패했다. 결국, 시간이 되자 오르카는 입을 떼어 숨을 쉴 수 밖에 없었고, 결국, 레티옥신을 들이마시게 되었다.
"으읍!!! 욱!!! 헉!!!"
오르카가 레티옥신 때문에 괴로워하는 틈을 타, 안드로이드들은 곧바로 오르카를 제압했다. 오르카가 어떻게든 힘을 써 저항해보려 했지만, 점차, 온 몸에서 힘이 빠져갔다.
"킬킬킬, 그냥 도망이나 치셨으면 좋았을 것을. 왜 굳이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뭐, 과한 욕심은 화를 부르기도 한다지요? 킬킬킬."
"겔...리...메르!!!"
안드로이드에 짓눌린 채로 그녀가 고개를 들어올리지만, 이내 다시 안드로이드들에게 엎어진다.
"아버지. 침입자를 제압했습니다."
"오, 그래. 수고 많았다."
겔리메르는 킬킬 웃으며, 메시어와 오르카를 향해 비웃고는, 이내 스위치 앞으로 향했다.
"자, 보렴. 이 이 폭탄소리 들리니? 인류는... 오늘 부로... 이 시간 이후로 진화를 이루게 될거야! 히히히히!!! 축복이야! 검은 천국이, 메이플 월드에게!"
"오르카!"
"오르카님!"
그 순간, 다시 누군가가 나타난다. 이번에는, 스우와 프란시스였다. 오르카를 쫓아서 도달했지만, 오르카가 짓눌려있는 걸 보고는 스우의 분노가 폭발한다.
"이 망할 자식들이! 오르카를 풀어!"
스우는 눈에서 안광을 내고,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그리고, 안드로이드들은 그의 힘에 의해 곧바로 날아가고 말았다.
"흐음... 또 왔구만, 또."
"오르카님, 괜찮으십니까?"
".......ㄷ....망...쳐!"
"예? 그게 무슨 말씀...."
그 순간, 다시 가스가 살포된다. 그러나, 이번엔 스우는 재빨랐다. 스우는 숨 참으라고 소리지른 뒤, 안드로이드들을 분쇄시켜 가스가 새어나오는 곳으로 안드로이드였던 고철들을 던졌고, 가스는 고철들에 막혀 더 이상 새어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겔리메르의 목적은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뭐, 일 다 봤니? 그럼, 시작할게. 킬킬킬... 깔깔깔깔!!!!!"
겔리메르는 광기에 휩싸인 채 스위치를 눌렀다. 스우나 프란시스가 막기에는 늦었다. 이제, 거대한 절망이, 떨어져간다. 수십 개, 수백 개의 레티옥신 폭탄들이 투하된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림 없다."
스우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레티옥신 폭탄을 멈추는 데 성공한다. 스우는 겔리메르를 비웃으며 대답한다.
"이거, 허무하네. 그럼 이제....."
"끝은 뭐가 끝이지?"
겔리메르는 어떤 용액이 담긴, 삼각 플라스크를 꺼낸다. 그리고 그걸 들어올리면서 스우에게 웃으며 대답한다.
"오르카는 지금 레티옥신에 중독되어 있다. 그리고, 해독제는 내가 손에 쥔 이것밖에 없어. 곧 있으면, 감정 없는 껍데기가 되거나 죽겠지."
"......너!!!"
겔리메르는 당황한 기색이 보이는 스우를 보며 즐겁게 웃는다. 그리고, 최후의 선택을 종용한다.
"네가 그 폭탄이 떨어질 때까지만 관여 안한다면, 해독제를 줄 수도 있어. 그렇지만, 네가 계속 그런다면... 알지? 자, 선택해라. 뭐, 선택의 결과는 뻔히 보이지만."
다음 회에 계속.
페이러 메이플 풍 sd화 시켜 본 그림
렌피렌
2017.08.11
겔리메르 치사해... 이번 편도 정말 재미있었어요~ 다음편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