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메이플스토리: 더 패러독스(1)
화창한 날씨다. 하늘 위에 구름 한 두점 정도 날아다니고, 새들은 지저귀고, 나비는 춤을 춘다.
이런 날씨는 정말 평화로운 기분이 든다. 무슨 일도 일어나지 않고, 그저 나른해질 뿐이다.
하늘에 떠있는 섬, 이 곳은 어느 때보다 평화롭다.
"하아암........"
"왜 그러냐."
"그냥 졸려서, 이런 날에는 낮잠 자는게 최고지."
"맞는 말이다. 이런 날에는 일 하지 말고 놀면 좋을텐데 말이다."
두 병사의 실없는 말이 오고 갈때 쯤에, 갑자기 이상한 인기척이 느껴진다.
"누구냐!"
병사들이 경계하는 쪽에는, 로브를 쓴 사내가 있었다. 평범한 체구의 사내처럼 보인다.
"정체를 밝혀라!"
그러나, 그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다. 오히려, 역으로 질문을 했을 뿐이다.
"여제 시그너스는 어디 있습니까?"
"정체를 밝혀라! 네 놈은 누구냐!"
"...... 다시 말하지 않겠습니다. 여제 시그너스는 어디 있습니까?"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정체를 밝혀라!"
".............. 이해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군요. 정말이지."
"침입자를 제압하라!"
병사 둘은 로브를 쓴 사내에게 창으로 공격했다. 사내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창은 사내의 몸을 관통했다. 라고 생각한 병사들은, 로브밖에 남지 않음을 보았다.
"어, 어디갔지?"
그리고, 이내 탁,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병사 둘은 그대로 쓰러진다.
로브가 벗겨진 사내가 그들 뒤에서 불평을 내뱉었다.
"정말. 귀찮습니다. 대답해주면 입이 아픕니까? 왜 싸우는 겁니까? 싸움은 질색이란 말입니다."
그의 외형은 평범하지는 않았다. 하얀색 머리에, 약간 마른 몸. 그리고, 제법 반반해 보이는 얼굴.
얼핏 보면 여자로 착각할 얼굴처럼 보이는 그의 외모. 그런 그는 다시 몸을 움직인다.
"어디보자...... 잠시 옷 좀 빌려 쓸까."
같은시각에서는, 이 쪽의 상황과는 달리 평화로웠다.
한 소녀가 누워있었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아우라가 그녀의 곁에 존재하는 것만 같다.
이 소녀를 보면 누구나 납득할 것이다. 그녀가 여제라고.
"여제님, 여기서 무엇을?"
파랑 머리의 안경을 쓴, 무언가 고고해 보이는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나인하트. 시그너스의 책사.
"여기서 잠시, 누워서 생각했을 뿐이랍니다."
"이런 들판에 막 눕고 그러시면 안됩니다."
시그너스는 웃으며 일어난다. 그리고, 나인하트는 그녀에게 잠시 말을 건넨다.
"잠시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가요? 나인하트."
"그게...."
그 순간. 누군가 나타났다. 외형은 영락없는 시그너스 기사단의 병사의 모습.
그러나, 그는 조금 이상해 보였다.
나인하트와 시그너스는 그를 바라본다.
"경비병인가. 경비는 안하고 왜 여기있는거지?"
"........"
"대답해라."
"......................... 찾았다."
그는 갑자기 사라졌다. 나인하트와 시그너스, 둘은 당황하며 주위를 보았다만, 어디에도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인하트가 계속 불안해하며 그를 찾는다. 그리고, 갑자기 소리치며 여제를 향해 달린다.
"위험합니다!"
그는 칼로 시그너스의 등을 노렸다. 그러나, 나인하트가 전력을 다해 시그너스를 밀쳐냈다.
그리고, 칼은 나인하트의 복부에 박혔다. 붉은 선혈이 칼에 타고 떨어졌다. 그의 옷은 붉게 물들어갔고, 그는 주저앉았다.
"경비병... 이게 무슨 짓....."
경비병으로 보이는 남자는 웃으며 대답한다.
"전 경비병이 아닙니다만."
남자는 경비병의 옷을 벗었다. 그리고, 그의 목적을 위해 천천히 시그너스를 향해 걸어갔다.
"나.... 나인하트...."
"여제님..... 어서 피하....."
남자는 아랑곳하지않고 시그너스에게 다가간다. 시그너스는 뒷걸음질치나, 그와의 거리는 더더욱 가까워져 갔다.
"......... 쩝, 뭐, 일이 꼬였지만. 저와 함께 가주셔야 겠습니다."
남자는 시그너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시그너스가 잡힐 찰나.
슈우욱. 그런 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빠르게 손을 뺀다. 그리고 0.5초도 지나지 않아, 화살은 둘 사이를 지나간다.
초록 머리의 궁수. 바람의 기사단장. 이리나의 화살이었다.
"여제님! 괜찮으십니까!"
"이리나...."
그리고, 다른 이들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빛, 불, 번개, 어둠의 기사단장.
5명의 기사단장이 침입자를 에워쌌다. 그리고, 다른 병사들도 속속히 모여들었다.
"....... 아놔."
남자는 짜증이 일은 것 같았다. 갑자기 포위당하니 그는 얼굴에 인상이 폈다.
"나인하트를 저렇게 만들다니. 각오하는 게 좋을 걸?"
그리고 그들은 한꺼번에 그를 향해 공격을 날린다.
상어가 날아들었다. 불이 타올랐다. 화살들이 빠르게 날아온다. 박쥐가 몰아친다. 검격이 그를 향해 날아든다.
그리고, 그를 향해 다른 병사들의 화살이, 창이 날아들었다. 수십, 수백의 화살과 창, 마법공격이 일제히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러나, 그는 움직임이 없었다. 피하려는 기색도, 막으려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한 말을 했을 뿐.
"당신들은 졌습니다."
갑자기 화살이 멈췄다. 창도 멈췄다. 모든 마법공격이 그의 10cm 바깥에서 멈췄다. 모두가 당황했다.
"뭐, 뭐야. 저건."
그리고 그의 주위에서, 점차 화살이 많아졌다. 무언가, 증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이런걸 저에게 날리려 하다니, 맞으면 아프겠지요. 그러니까, 경험해보시고, 다시는 그러지 마세요."
화살이 방향을 바꿨다. 창도 방향을 바꿨다. 모든 마법이 방향을 바꿨다. 그리고, 그에게 공격을 가했던 그들에게로.. 돌아갔다.
이전보다 더 많은, 수 배의 물량의 공격으로.
"전부 피해!"
피하다니, 불가능하다. 순식간에 병사들은 화살로 고슴도치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날린 상어가, 불이, 박쥐가, 검격이, 화살이.
모두 그들 자신에게 되돌아갔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공격을 받고, 나가 떨어졌다.
공격이 끝난 다음은, 처참했다. 모두가 전투 불능의 상태였다. 그리고, 시그너스만 덩그러니 홀로 남았다.
그녀를 향해, 그는 웃으며 말했다.
"이제, 방해꾼도 없으니, 갑시다."
그러나 아직, 그는 가지 못했다. 용이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신수였다. 시그너스의 위기를 직감하고 날아온 것이다.
남자는 다시 꼬인 계획에 짜증을 냈다. 그리고는.....
"날아가라."
그는 신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신수의 복부에 손을 댔다. 그의 손에서 빛이 났다.
그리고, 신수는 빛으로 이루어진 구체에, 날아가고 말았다.
"아.... 아아......."
시그너스는 눈 앞의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단 한명에, 초토화되었다.
기사단이, 손도 못쓰고 당해버렸다.
"....... 끝났군, 이제 정말. 없겠지."
"당신은.... 당신은 누구...."
남자는 웃으며 대답한다.
"제 이름은 페이러, 당신을 납치할 사람입니다."
그리고 남자는 빠르게 시그너스를 가격. 시그너스를 기절시킨다. 그리고 나인하트는 이 모든 상황을 고통스럽게 지켜본다.
"허억........ 여제님을.... 돌려줘!"
그의 말에 남자는 무언가 기만하듯이 대답한다.
"있을 때 잘해야지요. 다음부턴 잘 지키세요? 그럼, 바이바이입니다."
그는 그렇게 눈 앞에서 사라졌다. 여제가 사라졌다.
"아아..... 여제님....."
나인하트는 눈 앞의 상황을 그대로 지켜본 채, 천천히 의식을 잃어갔다.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나인하트는 쓰러졌다.
어느 화창한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비극이 일어났다.
정말 모순적인 날이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