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소설] 신수국제학교에 어서오세요![12.하얀 별의 세계사정]

질문자 캐릭터 아이콘S2I루I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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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유저수802

작성 시간2017.01.24

*제목에 미처 담지 못했으나 이 편은 상 편 입니다.

 

-

 

교실 안에는 여전히 정적만이 맴돌았다. 처음에 들리던 사물들이 내는 잡소리 조차도 이젠 들리지 않을 정도로 말 한마디 없는 분위기가 끊길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었다. 내색은 다들 안 했지만 서로서로 눈길을 주거나 툭툭 쳐 보며 눈치만 볼 뿐이였다. 그 이후로도 정적을 꺠고 말을 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고, 몇몇은 눈치 보기도 그만둬버린듯 조용히 폰을 보거나 제 할일을 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정적을 꺠고 한 소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샌님?"

"루미너스, 어디 가?"

 

신경 쓰지 마. 그에게서 돌아온 차가운 대답이였다. 이내 그는 문을 열고 부실을 나가버렸고 부실 내에 있던 모두의 시선은 루미너스를 따라가다가 부실 문으로 꽃혔다. 이 상황을 못 봐주겠는지 팬텀이 작게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이만 가 볼게."

"잠깐만 팬텀, 너까지 어디 가?"

 

팬텀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공통으로 궁금해하는것을 메르세데스가 묻자, 이번엔 다들 팬텀을 바라보았다. 어디 가냐니? 당연히 내 갈길 가야지. 미소까지 띄우며 태연하게 대답하고선 그대로 나가버리는 팬텀을 본 메르세데스가 한숨을 쉬다가 에반에게 말했다.

 

"...미안해, 오늘부터 동아리 나오는 날이였지? 첫날인데 분위기가 이래서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이런 꼴만 보여주는 것 같아 선배로서 면목이 없네."

"아, 전 괜찮아요!"

"...정말 안 괜찮은 거 맞아? 불편한거나 물어볼 거 있으면 뭐든지 마음 편하게 물어봐도 좋아."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야."

 

은월이 옅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란도 같은 말을 하려고 했던 것 같았다. 솔직히 몇십분간 침묵만 유지되어서 여러 걱정이 쌓였던 에반이지만, 왠지 이 사람들 좋은 사람 같아. 라고 쌓였던 걱정이 한번에 날라가는 것 같았다. 으음, 시간이 시간이니 이만 돌아가야겠다...어쩌지? 메르세데스가 곤란한 표정을 짓다 뭔가 좋은 아이디어라도 떠오른 것인지 주위를 둘러보다 저 멀리 책상에 놓여진 볼펜 한 자루와 포스트잇을 발견하고선 책상을 향해 뛰어갔다. 그러고선 이내 포스트잇에 무언가를 쓰더니 한장 뜯어와선 에반의 손에 쥐어주며 말했다.

 

"이거, 우리 부원 모두의 전화번호야. 오늘은 시간이 꽤나 늦었으니까 네 전화번호는 적힌 번호로 문자 보내줘!"

"아, 네!"

 

메르세데스가 그럼! 이라는 짧은 작별 인사를 하고선 부실에서 나갔다. 뒤이어 아란과 은월도 우리도 이만 가볼게. 라며 간단히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인사를 하고선 부실에서 나갔다. 에반은 오늘 가야 할 학원에 지금 출발해도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시간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으나,아무도 없는 부실에서 그동안 선배들이 사용했을, 그리고 앞으로 에반 자신이 쓸 부실의 독특한 그 향기와 그 풍경을. 흔히 마음이라고 부르는 공간의 한 구석에 새겨놓기라도 하듯 바라보다가 부실을 나가기 위해 신발장이 아닌 바닥에서 뒹굴고 있던 신발을 가지런히 해 놓고선 신발 끈을 묶기 위해 부실 문 앞에 앉았다.

 

 

-

 

 

부실 문에 난 창문은 코팅지가 붙어 있어 바깥 풍경이 희미하게 보인다. 그런 창문에 느닷없이 사람 형태의 무언가가 보였다. 지금 이 시잔에? 신발 끈을 묶는 것을 멈추고 에반이 빤히 그 그림자를 보았다. 그림자의 주인은 연한 회색빛의 머리를 하고 있었고, 피부는 새하얀 것 같았다.(물론, 코팅지 덕에 색만 희미하게 보이는 것을 보고선 에반이 유추해낸 것이다.) 코팅지 덕에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에반이 그 쪽을 보고 있다는 것을 의식했는지 이내 부실 안을 보고 있던 누군가가 급히 뛰어 사라졌다. 창문에 비친 무언가는 사라졌고, 그와 동시에 에반은 누군가가 복도를 뛰어가는 소리, 옆 부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 그리고 희미하지만 무언가가 툭. 하고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어차피 부실을 보던 누군가는 사라져버렸고, 자신이 탐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에반은 누구인지 유추하기를 그만두었다. 그만 갈까. 어느새 다 묶인 신발 끈이 에반이 일어나면서 흔들렸다. 부실 문을 열고 나가니 딱딱하고 작은 무언가가 에반의 발에 밟혔다. 그 자리에서 쭈그려서 밟은 물건을 보았다. 전체적으로 하얀색이고, 금색으로 l 이라는 이니셜이 새겨진 만년필이였다.

 

"...만년필?" 

 

지금이랑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에반은 생각했다. 보통은 대부분 샤프나 볼펜 혹은 연필을 쓸 텐데. 적어도 에반이 아는 사람들은 그랬다. 아무래도 아까 부실 안을 지켜보던 누군가가 도망 갈 때에 떨어졌지만, 이 만년필의 주인은 이 자리를 황급히 떠나느라 신경 쓸 여지가 없었던 모양이다. 학교 천장에 있는 전등 쪽으로 주인 모를 만년필을 들어 보앗다. l이라고 써진 이니셜이 작게나마 빛났다. 그러는 사이 에반이 나온 부실의 옆에 위치한 부실의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린 부실에서 나온 에반을 발견한 익숙한 노랑에 가까운 금발의 소녀가 에반을 불렀다.

 

"에반?"

"아, 알리샤 선배?"

 

에반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만년필 보는 것을 그만두고 자신을 부른 사람에게 대답했다. 알리샤는 에반의 반응에 여러 번 눈을 깜박였지만 이내 눈을 깜박이는 것을 그만두고 원래 하려던 질문을 했다.

 

"...여기서 뭐 하는...그보다, 좀 전에 복도 뛴 사람 누구인지 봤어? 아까 확인하기는 했는데 혹시 다시 돌아온 건 아닌가 해서."

"아, 아뇨?"

 

에반이 괜히 속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그렇게는 안 보이네. 라며 차갑게 대답한 알리샤는 에반의 손에 쥐어진 만년필을 보고선 의문이 들어 물었다.

 

"그 손에 든 만년필은 뭐야? 너랑 안 어울려."

"아..그게, 부실 앞에서 주웠어요."

"음...어디..."

 

만년필을 집어 들어 유심히 확인하던 알리샤의 입이 열리지 않았다. 뭐지, 단순히 누가 주인인지 몰라서 저러는건가? 에반이 생각을 말로 옮기기 전에 알리샤가 에반의 말을 막듯이 입을 열었다.

 

"이거, 정말 너네 부실 앞에서 주운 거지?"

"네, 그런데요?"

"..아니, 아무것도 아냐. 일단 이건 우리 선도부가 관리해서 나중에 주인한테 돌려주도록 할게. 네가 갖고 있어봤자 주인을 빨리 찾을 것 같지도 않고, 그렇지?"

"아...? 네,네."

 

알리샤의 말에서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둘러대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별 거 아니겠지. 하고 넘겨버린 에반이였다. 에반은 간단히 알리샤에게 인사를 하고 부실이 있는 동을 벗어났다.

 

 

-

 

 

"여기서 뭐 하냐."

 

에반이 간 후 나머지 할 일을 다 마친 알리샤가 교문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며 에반이 주운 만년필을 유심히 보던 알리샤가 미처 뒤에 오는 누군가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와 말투를 듣고서는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맞추고선 그에게 평소처럼 대하는 말투로 대답했다.

 

"늦었으면서 하는 말이 그거야?"

"..."

 

알리샤한테 말을 건 장본인, 데미안이 조용히 침묵했다. 랄까 네가 기다릴 이유는 없잖아. 뭐, 오늘은 너한테 전해 줄 것도 있으니까 없는 건 아닌데? 알리샤가 데미안 손에 햐얀 만년필을 쥐어주었다. 데미안이 어리둥절해하며 만년필을 대충 훑어보았다. 전체적으로 하얀 색에 금빛 테두리와 l 이라는 이니셜... 잠깐, l? 데미안이 눈을 크게 뜨며 알리샤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알리샤는 원하는 대답이 나오기라도 한 듯 옅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표정 보니까 맞는 것 같네. 역시 이거 그 녀석 꺼지? 마침 너도 그 편의점에서 일하니까, 알바 할 시간에 전해 주고..."

"내가 왜, 그 편의점 사 들인건 너네 그룹이잖아. 딱히 네가 전해줘도..."

"같이 알바하는 네가 나보다 더 친할 것 같아서 그러는 것 뿐이야. 정 싫다면 내가 같이 가줄 수도 있는데?"

"..."

 

그 재미없는 녀석이랑 내가 친하다고? 설마. 알리샤 모르게 데미안이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선 포기의 의미인지 다른 의미인지 몇 시간 후면 자신이 일할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자 여전히 모자를 깊게 눌러 쓴 알바생과 그 옆에 이 시간대면 항상 붙어있는 또 다른 남학생이 있었다. 뭐, 이 시간대에 편의점에 자주 오는 사람들에겐 익숙한 풍경이였고, 데미안도 자주 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사람들 중에 속해 있었다. 정작 이 편의점을 사들인 그룹의 딸이라는 사람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모자 사이로 보인 붉은 눈은 놀란 것 같이 보였다. 데미안이 그에게 만년필을 던저주며 말했다.

 

"너네 부실 앞에서 주웠다, 루미너스."

 

데미안이 만년필의 주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럼에도 루미너스는 대답 없이 만년필을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감사 인사 하나 없는 녀석. 대답을 기대 한 것도 아니었지만. 중얼거린 건지 속으로 생각만 한 건지 모른 채로 데미안이 한숨을 쉬었다.

 

 

-

 

안녕하세요, 내용 한번 날라가서 귀찮음과 멘붕이 잠시 왔다 떠난 작가입니다.

하얀 별의 세계사정..솔직히 제목 지을 떄 많이 고민 했었는데 네이밍 센스 없는 저는 결국 코노하의 세계사정을 빌리고 말았고...(대체

아무튼 오늘도 읽어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짧게나마 편의점 구성원이나 올려봅니다!

 

11시부터 새벽 5시까지 알바하는 사람= 데미안

새벽 5시부터 등교 끝날 시간까지 아슬아슬하게 알바하는 사람= 메르세데스

학교 끝나자마자 바로 알바 시작하는 모자를 깊게 쓴 알바생= 루미너스

모자 깊게 쓴 알바생 옆에 붙어 있는 불청객 남학생= 팬텀

데미안이 알바하는 편의점 사들인 그룹= 세계수 그룹

세계수 그룹 사장 딸= 알리샤

 

 

질문자 캐릭터
질문자 캐릭터 아이콘S2I루IS2 Lv. 0 엘리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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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캐릭터 아이콘데벤져so2 2017.01.28

    우왕 잘 보고 갑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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