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리아-5화 [스카이아 : 5]
그러니까, 내가 그땐 좀 유명하지 않았을 때.
한 그냥 좀 실력있는 좀. 도. 둑 정도?
그때 있었던 일이다.
그날은 내가 에레브에 맡긴 물건을 되찾으러 갔을 때였다.
"...이게 무슨 소리야?"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그거 들었나? 우리도 공주님이 태어나셨다는군!
아직은 나도 못봤지. 당연히. 근데 가까스로 본 사람들은 그 아이가 빼어나게 예쁘다는거 아냐~?"
"호오, 정말인가? 이거 이제부터 엄청난 축제로구만! 이제는 좀 놀게 되겠네!"
"그렇지! 우리도 서둘러 가 보세나!"
"... 공주가 태어났다고? 나도 구경이나 한번 가 볼까."
나는 그 때도 지금이나 변함없이 왕족과 귀족들을 별로 탐탁히 여기지 않았었지만 호기심은 많았기에 한번 얼굴이나 보러 가 보았다.
"여러분, 공주님이십니다!"
그리고 연달아 들리는 고함 소리들.
그곳을 한번 쭉 돌아보니 여제처럼 생긴 여자가 어린 아기를 안으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옆엔 물론 그녀의 남편도 아기를 쳐다보며 정말 사랑스러워 죽을 것만 같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말이다.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은 참 따뜻하고 사람 좋을 것만 같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다른 자들과 다르게도 따뜻해 보였다.
왠지 모르게 호감도 생겼지만.
만약 그들이 죽게 된다면 나는 꽤 슬퍼할 것만 같았다.
* * *
"까.. 깜짝이야. 그런데 지금 여기 있어도 되는 것 맞아요..? 들키면 바로 잡혀갈 것 같아 보이는데..??"
아리아 공주는 나를 위아래도 뜯어보더니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물었다.
"괜찮아~뭐. 나도 꽤 실력있거든요? 그때는 진짜 죽는 줄 알았지만. 이제는 아니라고!"
나는 뿌듯하게 말하며 카드를 들어올렸다.
'뭐, 저번에는 정말 잡히는 줄 알았지.. 그런 느낌은 그때 처음 느껴봤지만... 그렇게 긴장되고 떨리는 느낌.'
"에휴, 알겠어요.. 그런데 또 왜 온 거에요?"
아리아는 자신의 손에 잡힌 푸른 보석, 스카이아를 꼭 붙잡으며 숨기듯 하며 말했다.
나는 물끄러미 그녀의 손을 바라본 후 말했다.
"그거. 스카이아 말이야. 아, 훔치러 온 거 아니다.
너 빛 내야 하지 않아?"
나는 스카이아를 말하자 꾹 째려보는 아리아의 눈길을 돌리며 말했다.
그런데, 내가 [빛]을 말하는 순간 그녀의 얼굴은 눈에 띄게 하얗게 질려 있었다.
".. 어떻게, 아셨어요..?"
떨리는 목소리. 초점이 흔들리는 눈. 내가 잘못 말했나?
"...그렇게 안 쳐다봐도 돼. 나는 도우러 온 거지. 소문 퍼뜨리러 온 게 아니라고."
"그래도..."
아직도 그녀의 눈빛은 두려운 듯이 떨리고 있었다.
하긴, 나도 그 느낌을 모르진 않지만.
너무 긴장되어 있어. 조금은 긴장 풀어도 돼.
"괜찮아. 내가 소문 퍼뜨리려 했다면 이미 했지. 그리고 조금은 긴장 풀어. 아무리 긴장해도, 더 나아지진 않을 거야."
나는 그녀의 얼굴을 잡아 바라보며 말했다.
아리아의 얼굴은 조금 빨개지더니, 뒤이어 빠르게 손을 빠져나왔다.
"..뭐.. 뭐. 그러면 안 돼요 진짜!"
"ㅎㅎ"
"- _-"
봐봐, 긴장 풀면 이렇게 좋은데 말야.
어..?
나는 그 자리에서 뛰어올라 창문 위로 숨었다.
순간, 문 밖에서 기척이 들렸으니까.
"...? 아! 나인하트. 어...? 왜 그렇게..?"
아리아는 조금 놀라더니 '나인하트'라고 불리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솔직히 이상했다.
공격이라도 당했는지. 온몸엔 상처가 가득하고. 숨은 얼마나 심하게 뛰어왔으면 거칠고.
"... 아리아 공주님. 제 말 잘 들으십시오. 방금... 방금.. 여제님과 왕께서..;.. 자객에게.."
"....자객에게 뭐.. 뭐요? 지금 내가 생각하는 그거.. 그거 아니죠? 아니겠죠?"
"죄송합니다.. 으흐흐흑.."
나인하트의 목소리는 끝내 버티지 못하고 흐느낌에 사라졌다.
그리고, 아리아의 얼굴은 심하게 당황했다.
또 자신에게 '아닐 거야. 아닐 거라고'라며 세차게 부정시키고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그들이... 죽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