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소설] 숨은 달 검은 하늘 [은월(隱月)] - 19화

질문자 캐릭터 아이콘흑율령

추천수5

본 유저수1,275

작성 시간2015.08.07


일을 하러 곧 마을을 빠져나가려던 고로를 붙잡아 발도장과 시험에 대해 말했다.

 

 


"엥? 시험? 아, 그거 은월도 하는구나."


"저는 하면 안 되나요?"

 

 


살짝 기분이 상해 인상을 찌푸리자 고로는 당황한 듯 손을 내저었다.

 

 


"으응, 좀 이른 감이 있어서. 하긴, 사냥을 배우고 마을에 온지 몇 달 밖에 되지 않은 것이지 자네 나이도 다 찼으니."


"제가 빠른 건가요?"


"아니, 원래 마을 여우라면 시험을 다 보고도 남았지. 너 같은 경우에는 기억도 잃은 거라, 그냥 성장하면 되는것 같던데. 녀석, 사냥 열심히했나보다?"


"하하.."

 

 


고로가 호탕하게 웃으며 장난스럽게 내 어깨를 툭툭 쳤다.

 

고로가 일도 어서 나가야했기에 시간을 끌 수 없었던 나는 그대로 시험을 내어달라고 했다.

 

 

 

"시험을 내달라고? 흐음, 어디보자. 아, 독개구리가 많던데 붉은독개구리, 푸른독개구리 각각 25마리씩 잡아오게."


"그거면 돼요?"


"빨리 일하러 가야하니 가능하면 5분 이내로 잡아오면 좋겠지? 어엇, 지금도 시간이 흐르고 있네. 그럼 어서 갔다오게."

 

 

 

시간제한이라니.

 

잠시 '끙' 하고 신음을 내뱉은 나는 그새 5분이 다 지나갈까 서둘러 독개구리들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자, 이제 시작해보실까."

 

 


한숨 섞인 말을 작게 읊조리다 곧 씩 웃으며 독개구리에게 달려들었다.


 

잠시후, 개구리들의 뒷다리를 한가득 짊어진 채 돌아와 고로의 앞에 풀썩 주저앉았다.

 

 

 

"봐요, 한개, 두개... 자아, 각각 25마리, 맞죠?"


"흐음, 맞네. 정말 실력이 많이 늘었어. 게다가 치밀하게 모두 왼쪽 뒷다리라니, 허허. 수고했네, 은월. 여기 내 발도장이니 잃어버리지 말고, 힘들어도 힘내라고."


"예~"

 

 

 

씨익 웃음으로 답해준 나는 이만 구월에게로 발걸음을 돌렸다.

 

늦었다며 총총총 멀어져가는 고로의 뒷모습이 어느새 점이 되었다.

 

 

 

"훈장님, 구월 훈장님."


"오, 그래. 은월, 자네인가. 시험을 보고있다지?"


"네. 시험이 뭡니까?"


"음, 간단히 문제 몇 가지만 낼걸세. 틀리지 않고 전부 맞추면 내 발도장을 주지. 허허, 긴장하진 말게. 쉬울게야."

 

 

 

껄껄 웃음을 터뜨리던 구월이 헛기침을 몇번 한 뒤 문제를 내었다.

 

 


"첫번째 문제, 우리 뾰족귀 여우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

 

 


'뭐지? 애벌레? 무당벌레? 참새알? 여우신?'

 

 


인상을 찌푸린 채 고민하던 나는 저 멀리서 랑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번뜩 생각나는 것을 답했다.

 

 


"생간이죠?"


"흐음, 맞췄다. 우리 뾰족귀 여우들은 생간을 제일 좋아하지, 험. 그럼 다음 문제, 뾰족귀 여우들이 믿는 신은 무엇이냐?"

 

 

 

예상외로 훨씬 쉬운 문제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 미소를 지었다.

 

 

 

"여우신이에요."


"그렇지, 이번 건 쉬웠다. 이제 마지막 문제, 우리 뾰족귀 여우들은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

 

 

 

키는 자신보다 작은 여우 주제에 한껏 거드름을 피우는 구월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풋 하고 새어나왔다.

 


'참을 수 없이 귀여운 능력이요.'

 


라고 당장 말해버리고 싶은 것을 꾹 눌러 참으며 간신히 입을 떼었다.

 

 

 

"정령을 다루는 능력입니다."


"오, 그래! 자네 정말 똑똑하군. 자, 여기 내 발도장이네. 이제 어서 따비에게 가보게."


"네, 감사합니다."

 

 

 

생각보다 쉬운 시험들에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따비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 시험이라고? 마침 할 일이 있었는데 잘 됐어. 가끔씩 어린 여우들을 괴롭히는 불량 병아리를 60마리만 혼내주겠니? 기세가 꺾이면 한동안 잠잠해질거야."


"네, 금방 다녀올게요."

 

 

 

'여린 여우들을 괴롭히는 병아리라... 더 이상 무엇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군'

 

 


여우를 괴롭히는 병아리까지 나왔는데, 더 이상한 것이 있을까 싶었다.

 


여우를 괴롭히는 파리 정도도 충분히 납득될만한 상황에 내가 점점 이곳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아아, 안 되는데. 돌아가야 하는데.'

 

 


이곳에 파묻혀버려서 더 이상 메이플월드가 기억나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해졌다.

 

이곳이 더 좋아져버려서 메이플월드로 다시 돌아갈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외면할 것만 같아 두려워졌다.

 


그래서였을까.


불량 참새들에게 의도치 않게 더 많은 피해를 입히고, 더 힘을 들인 스킬을 사용한 것이.

 

 

불량 참새들을 어찌어찌 해결하고 돌아와 따비의 발도장을 받았다.

 

따비가 왠지 안색이 안 좋다며 걱정했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아, 은월. 잘왔어. 마침 불량 병아리들이 문제를 일으켰거든."

 

 

 

오롱은 내가 오자 인상을 잔뜩 구긴채 옆에 아이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저 어린 것들이 비행 병아리에게 맞았다지 뭐야. 덕분에 지금 보슬비까지 내리는 데다가, 여우들이 다 분개하고 있어. 어유, 자네가 기 좀 꺾었다고 자기들 형인 비행 병아리까지 데려와서는 애들 꼴을 저렇게..."

 

 


차마 말을 다 끝낼 수 없었던 듯 오롱이 분통이 터진다는 얼굴로 가슴을 두드려댔다.

 

고개를 돌려 슥 바라보니 정말 장난이 아니었던 듯 멍든 얼굴들이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자신이 맞은 것처럼 아려오자 나 또한 마찬가지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당장 다녀오겠습니다."


"에구, 그래. 수고 좀 해줘, 은월."

 

 


이제야 좀 안심이 되는 듯 오롱이 구겼던 얼굴을 한층 풀었다.

 

 

비행 병아리의 구역으로 들어서자마자, 몇 있던 불량 병아리들이 아주 난리가 났다.

 

 

 

"저, 저놈! 저놈이에요, 형님! 삐약, 저 여우 놈이 갑자기 달려들어 우리들을 막 패질 않나... 삑."


"삐악! 오호라, 저놈이라고? 흥, 볼 것도 없지. 얘들아, 쳐라!"


"뺙뺙! 너 오늘 잘 못 걸렸어."


"삑삑삑!!"

 

 

 

병아리들끼리 서로 뒤엉켜가며 나에게로 덤벼들었다.

 

 

아, 이 모든 원흉은 나였던 것인가?

 

 

암울한 생각을 하는 사이에 나도 모르게 불량병아리들을 학살했나보다.

 

 

그들은 앞만 보며 달려들어 오히려 나에게 오는 것보다 자기들끼리 부딪히는 것이 더 많았다.

 

앞에 다다른 몇몇만 죽여가며 있자, 대장으로 보이던 비행 병아리가 더 이상 그 꼴을 못 보겠는지 호통을 치며 앞으로 나섰다.

 

 

 

"뺙!!! 너네 다 뒤로 가! 내가 처리한다, 삐빅."


"흠, 너만 죽이면 잠잠해지려나?"


"무슨 소리냐! 덤벼랏! 삐악!!"


"<섬권>, <섬권>, <섬권>!!"


"삐비빅..."

 

 

 

가는 지저귐을 내뱉으며 죽는 대장에 의해 나는 황당하다못해 어이가 없어질 지경이었다.

 

이건 뭐, 저번에 해치웠던 거대한 호랑이보다 더 못하지 않은가!

 

 


'하긴, 병아리와 호랑이가 비교가 될 리 있나.'

 

 


어이없는 생각에 절로 실소가 나왔다.

 

멍하게 벙쪄있는 나머지 병아리들은 이제 웬만하면 여우들을 건들지도 않을 것이다.

 


이만하면 됐기에 어깨를 으쓱하며 오롱에게로 돌아왔다.

 

 

 

"오, 은월! 혼내줬어? 비행병아리 60마리는 잡았고?"

 

 


60마리를 잡은 것은 아니지만 일단 한동안은 잠잠해질 것이 분명했기에 씨익 웃었다.

 

 


"한동안은 잠잠할 거예요."

 

 


뭐, 틀린 말은 아니니까.

 


오롱은 그것을 긍정의 뜻으로 받아들였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발도장을 주었다.

 

 


"이제 랑이에게로 가 봐. 아휴, 난 이제 그만 김장하러 가야겠어."

 

 


랑이도?

 

당연히 어른인 노야가 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랑이도 준다는 말에 놀랐다.

 

 


"그렇게 놀란 표정 할 거 없어. 랑이는 실력이 뛰어나서 일찍 시험에 통과했던 애니까. 자, 그럼 이제 가 봐."


"아... 네."

 

 


작은 탄성을 흘리던 나는 오롱의 손짓에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그저 조그만 여우인줄로만 알았더니 나에게 여우구슬을 주기 전까지는 꽤나 이름을 날렸던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아직 기분 안 풀렸을 텐데 어떡하지...'

 

 


괜히 긴장되는 마음을 추스르고는 언덕 위에 있는 랑이에게로 향했다.

질문자 캐릭터
질문자 캐릭터 아이콘흑율령 Lv. 148 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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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6

  • 캐릭터 아이콘블랙매지션j 2015.08.28

    나도 은월 육성중인데...

  • 캐릭터 아이콘wolrng 2015.08.13

    흑율령님!! 이야 익숙한 제모게 들어왔는데 너무 좋네요 역시 글잘쓰시네요 ㅎㅎ 추천

  • 캐릭터 아이콘qoxmftmxkdt 2015.08.11

    앗! 흑율령님이닷! 드디어 돌아오셨네요 ㅠㅠ 감사합니다. 저에게 이런 반응을 보여주신 분은 흑율령님이 처음이에요...ㅜㅜ 이번에도 추천하고 갑니다! ^^

  • 캐릭터 아이콘다크타이트 2015.08.08

    와 진짜잘만드시네요

  • 캐릭터 아이콘스우아니에요 2015.08.08

    우와 힘드셧겟어요..추천

  • 캐릭터 아이콘흑율령 2015.08.07

    하ㅠㅠ 정말 면목없네요. 몇 개월 동안 여기에 들어오질 못했더니 (못했더니 80, 안했더니 20.. 하하;) 이전 글들에 달린 댓글도 다 못 봐서...ㅠ 마지막 18화에 5월달에 댓글을 적어주신 qoxmftmxkdt 님의 말씀이 크게 와닿기도 해서 끄적여봤습니다.ㅎ... 이전화가 궁금하신 분들은 작가_흑율령 으로 검색해주시면 볼 수 있어요*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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