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소설] 숨은 달 검은 하늘 [은월(隱月)] - 16화

질문자 캐릭터 아이콘흑율령

추천수6

본 유저수1,639

작성 시간2015.01.28

난데없이 들어와 소리치는 담의 모습에 어리둥절해졌다.

 

 


"응? 뭔 소리야?"


"응? 엑?! 도둑이야... 헙!"


"뭐하는 거야, 담! 도둑이라니!"


"엥? 은월? 헙.. 귀, 귀랑 꼬리가!"

 

 


크게 소리치려는 담의 입을 막고 진정시켰다.

 

 

그러자 눈을 크게 뜬 채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더 놀란 눈으로 숨을 헐떡거렸다.

 

 


"담, 진정해. 머리띠랑 꼬리를 잠깐 쓴 거야. 가짜라고, 가짜."


"아.. 그, 그렇구나. 난 또 은월이 갑자기 귀랑 꼬리가 자라난 줄 알고.. 휴우.."

 

 


담이 이 정도면 마을 여우들의 반응은 이미 정해진 거나 다름없다.

 

자기들이 보낸 것에 놀라는 것을 걱정하는 건 아니지만, 꽤 귀찮아질 것이 분명했다.

 

 


"괜찮아. 어차피 곧 벗으려던 거니까."


"아니아니!! 벗지마, 은월! 훨씬 좋아!"


"아니야, 아무래도 벗는게 낫지. 사실 이래 봬도 이거 꽤 불편하다고."

 

 


몸이 움직이는 대로 살랑거리는 꼬리를 가리키며 퉁명스레 아직 멍해 있는 담에게 물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담?"


"응? 아, 응... 내가 왜 왔냐면... 아앗!"


"왜?"


"큰 일이야, 은월! 마을에 비가 내리고 있어!"


"... 비?"

 

 


창 밖을 보며 작게 중얼거리자 어느새 어두컴컴해진 하늘이 억수 같은 비를 쏟아내리고 있었다.

 

 


"근데 그게 어쨌다는 거야?"


"우리 마을은 원래 비가 안 내려! 그런데 비가 내린다는 건...!!"

 

 


담의 말에 드는 생각.

 

 


'내가 여기 있을 때 비가 내린 적이 있었나?'

 

 


없었다. 단 한 번도, 내리지 않았다.

 


단순한 우연일 수도 있으나 담이 하는 말로 봐서는 우연이 아닌 심각한 문제인 것 같았다.

 

 


"아이 참! 시간이 없으니 촌장님께 가 봐! 촌장님이 말해 주실거야. 빨리!!"


"어, 으응..!"

 

 


급한 담의 목소리에 덩달아 나까지 조급해져서 노야가 있는 곳까지 빠르게 뛰어갔다.

 

 


"촌장님, 무슨 일이에요? 비가 내린다고...?"


"랑.. 랑이! 랑이 좀 찾아주게!!"

 

 

 

노야가 내 옷깃을 붙잡으며 숨 넘어갈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랑이? 랑이라니?

 

비와 랑이가 관련되어 있는 것인가?


 

일단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서 노야의 어깨를 붙잡고 진정시켰다.

 

 

 

"예? 그게 무슨 소리에요! 자세히 좀 설명해주세요. 일단 진정하시고.."


"후우, 후우.. 알았네. 우리 마을은 비가 내리지 않는다네."


"만약 비가 내리면요?"


"그것은 마을의 여우가 울고 있다는 뜻이야. 그런데, 마을에는 우는 여우가 아무도 없어! 랑이도 없고!! 아마도 랑이가 울고 있는 것일게야!"

 

 


말을 할수록 걱정이 되어 초조해져만 갔는지 간절한 울음을 토해내며 노야가 소리쳤다.

 

 


"흐흑... 으흐흑.. 랑이가.. 랑이가!! 끄흐흑, 흐흑..! 쿨럭.. 헉.. "

 

 


그렇게 쓰러져 흐느끼던 노야가 숨이 찼는지 헐떡거리며 기침을 해댔다.

 

 


"위험한 일이 있을 때 랑이를 구해줄 수 있는 마을 여우는 자네와 고로 밖에 없어! 고로는 사냥터 쪽으로 갔으니 자네는 여우나무로 가 보게!"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제발.. 내 손녀 랑이를... 구해 주게..! 내 몸이 이래서.. 흐흑... 쿨럭!"


"촌장님, 꼭 구해올 테니까 진정하시고 집에 들어가 계세요. 감기걸립니다."

 

 


몇 십년을 한꺼번에 폭삭 늙어버린 듯한 노야가 비틀거리며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것을 끝까지 지켜보며 발빠르게 여우나무로 뛰었다.

 

 


"앙앙! 앙!"

 

 


작게 무언가가 짖는 소리.

 

아주 작은 소리였지만, 귀가 네 개인 덕일까.


 

빗소리에 묻혀감에도 불구하고 내 귀는 그것을 포착해냈다.

 

 


"..! 랑이의 애완동물..!"


"앙! 앙앙! 앙!"


 

 

예전에 몇번 랑이와 놀 때 먹이를 몇 번 주었다고 나를 알아보는 랑의 애완동물 '앙앙'.


 

빗속에서 처절하게 짖으며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끼잉.. 낑..! 앙! 앙앙앙!!"

 

 


연신 그곳을 맴돌며 짖어대는 앙앙.

 

 


'이 쪽이구나!'

 

 


앙앙이 가리키는 조그마한 샛길로 서둘러 달렸다.

 

 

그러자 한 공터가 보였고, 점차 시야가 확보되자 그 주변을 어슬렁대는 호랑이들도 몇몇 보였다.

 

 


'저 놈들인가!'

 

 


앙앙과 샛길로 봐서 랑이는 저 호랑이들이 데리고 있을 게 틀림없다.

 

호랑이들의 발톱에 긁혀 자잘한 상처들이 늘어났지만, 하나둘 죽여서 결국 그 자리의 호랑이들을 다 처치할 수 있었다.


 

그 방향으로 계속 달려가니 이전 호랑이들과는 비교되지도 않는 거대한 몸집의 호랑이가 한 마리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그토록 찾던 랑이가 거구의 호랑이를 노려보며 눈물을 방울방울 흘리고 있었다.

 

 


"내.. 색시.. 삼는다."


"뭐래! 이 멍청한 호랑이가아!! 꼭.. 꼭 구하러 올거야! 너같은 건 밥도 안되는 은월이 올거라고! 은월이 얼마나 센데!"


"은월...? ... 모른다. 넌... 내.. 색시... 오늘 부터.."


"은월이 올 거라고!"


"근데.. 왜.. 안 오냐..?"


"이익!! 그.. 그건..! 은월... 오긴 올까? 으아앙! 너 때문이야!!"


"내 색시... 운다. 울지.. 마라.."

 

 

 

동물이라서 그런가.

 

여우 못지 않게 호랑이도 그다지 똑똑하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나저나, '오긴 올까?' 라니. 당연히 올 것을.

 

 

 

".. 안 올지도 몰라, 은월. 아니, 다른 여우들도.."


"누가 안 와! 당연히 와야지!!"


"크허허헝! 크르릉."

 

 


내 공격에 맞은 호랑이가 울음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났다.

 

 


"은월..!! ... 흐... 흐아앙! 기다렸다고!"


"괜찮아, 괜찮아. 자, 이제 조금만 더 기다려줘."

 

 


랑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크릉, 색시.. 내 거다. ... 넌... 저리.. 가라!"


"누가 네 색시래! 아니거든?!"

 

 


랑이가 화가 나서 얼굴이 붉어지며 소리쳤다.

 

 


그 모습에 가볍게 웃음을 흘리며 대장 호랑이에게 말했다.

 

 


"... 아니라는데?"


"크허헝, 색시.. 버렸다.. 나. 화.. 난다. 다.. 죽여.. 버린다."

 

 


작게 중얼거리며 호랑이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에잇! <섬권>!"


"크헤헤헹."

 

 


어라?

 

꽤.. 약하네?


 

덩치만 컸던 걸까.

 

과거 검은 마법사와 싸웠던 이력이 있는 나로서는 정말 간단했다.

 


비록 스킬은 다 잊어버렸지만 감이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섬권>! <섬권>! <섬권>! <섬권>!"


"크허허헝! 강하다.. 너. 도망... 친다."

 

 


주춤거리며 꽁무니를 빼고 도망치려는 호랑이를 향해 도약을 사용하여 가까이 다가갔다.

 

 


"마지막이다! <섬권>!!"


"쿠에에엑!"

 

 


이상한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는 호랑이.


 

곁에 묶여있는 랑에게 다가가 밧줄을 풀어주었다.

 

 


"구하러.. 왔네. 안 오는 줄 알고... 으아앙!"


"약속, 했으니깐. 지켜주기로."


"힝.. 빨리 오지 그랬어? 나 구슬도 없어서 너무너무 무서웠다고! 훌쩍."


"그래, 미안. 어서 돌아가자. 촌장님께서 걱정하고 계셔."


"..응."

 

 


어느새 비가 그치고 따뜻한 햇빛만이 쬐어 우리를 감싸고 있었다.

 

 

 

 

 

 

***

 

 

 

***
-그 후의 이야기

 

 


"그런데 은월."


"응?"


"귀랑 꼬리 생겼네? 헤.."

 

 


흠칫!

 


눈에 보일 정도로 은월의 몸이 굳어져같다.

 

 


'맞다, 벗고 오는 걸 깜빡했어..!'

 

 


한 대 맞은 듯한 표정으로 얼어버린 은월.

 

어느새 랑이 꼬리와 귀를 만지작 거리며 재밌어했다.

 

 

그 뒤로 은월의 귀와 꼬리가 다시 생기는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한다.

 

 

 

 

 

 

 

... 그리고, 봤어도 잊어버릴 것이다.

 


아마도, 영원히.

질문자 캐릭터
질문자 캐릭터 아이콘흑율령 Lv. 148 루나
목록

댓글9

  • 캐릭터 아이콘wolrng 2015.03.24

    다음화 기다릴게요 추천하고 가요

  • 캐릭터 아이콘제드카져 2015.03.05

    ㅎ잼잼

  • 캐릭터 아이콘딜탱힐러서폿 2015.02.05

    재밌넹

  • 캐릭터 아이콘S2용호 2015.02.04

    그럴수가.....!!!!!!!!!!! 어떡해!!!!!!!!!!!!!! 뭔가 마지막 대사가!!! 맘에 걸리지만, 커플이 뭐죠... 먹는건가요? /눈치 없는 저는 역시 오늘도..... 눈치 없는 드립을 날려주면 된답니다.... ) 것보다 추천....

  • 캐릭터 아이콘초코수복 2015.02.01

    흑율령님 커플브레이커가되시어선 안됩니다!!!(퍽

  • 캐릭터 아이콘흑율령 2015.01.30

    후후.. 저는 솔로로서 사명을 다하려 합니다.. 그런데 엔딩을 해피와 새드 중에 뭘해야.. 으어ㅓㅓ 모르겠다

  • 캐릭터 아이콘redbird13 2015.01.30

    으아악! 랑이랑 분위기 좋았는데... 꼭 끝을 그렇게 끝내야 하셨어요? 은월 어떡해!!!

  • 캐릭터 아이콘흑율령 2015.01.28

    ㅋㅋㅋㅋㅋㅋ앜ㅋㅋㅋ 육성으로 터졌어요 ㅋㅋㅋㅋbbb

  • 캐릭터 아이콘초코수복 2015.01.28

    은월이 부릅니다. 폭풍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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