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숨은 달 검은 하늘 [은월(隱月)] - 10화
빛이 칠흑으로 덮인 방에 뛰어들기가 무섭게 날 짓누르던 방안의 검은 기운이 약해졌다.
그렇다고 크게 약화된 것은 아니지만 고작 한 명의 사람으로 검은 마법사가 움츠러들 수도 있다니..
기적같은 일이다.
루미너스의 샤이닝로드가 환하게 빛나며 봉인석을 감싸고 있는 사슬에게로 꽂혔다.
촤르르륵
새하얀 빛의 기운이 불쾌했는지 구렁이같이 몰려오던 사슬들이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돌아가거나 소멸되어 사라졌다.
그렇게 다섯 개의 봉인석들이 차례로 활성화되어가기 시작했다.
어느덧 마지막 봉인석에 다다르자 루미너스도 약간 진이 빠진 듯 보였다.
"그대로 둘 수야 없지!"
검은 마법사가 활성화를 막기 위해 더욱 날카로워진 사슬들을 내뿜었다.
그리고 그것이 점점 루미너스를 옥죄어 둘러쌌다.
"흥!"
루미너스가 푸른 빛을 뿜으며 높은곳으로 도약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슬도 루미너스의 발끝을 따라 올라갔다.
그 중 어느 한 사슬을 밟고 검은 마법사에게로 달려가는 루미너스.
아마도 사슬이 존재하는 한 마지막 봉인석은 절대로 활성화 시킬 수가 없다고 판단한 거겠지.
그를 잡으려 또 다른 사슬들이 몰려와 마구 들이댔다.
결국 다시 사슬들의 중심에 놓이게 된 루미너스가 스킬을 시전해 빠져나왔다.
"<라이트랜스포밍>!"
그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었고, 마침내 루미너스는 검은 마법사의 앞에 다다를 수 있었다.
잔뜩 긴장하며 그 둘을 보고 있을 때, 머릿속에서 다시 프리드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은월, 은월! 이때야, 지금 저 봉인석을 활성화 시켜야 해. 저것만 활성화되면...]
모든 싸움은 끝난다.
내 눈앞에 보이는 무방비한 봉인석.
하지만 이곳에서 그곳까지의 거리는 꽤 되었다.
'들키지 않고 할 수 있을까.'
주먹을 꽉 움켜쥐고 검은 마법사가 있는 쪽을 돌아보았다.
아직은 나라는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상태다.
타다다닷
눈 앞의 회색빛 봉인석과 점점 가까워져만 갔다.
그리고 지금은, 두 걸음만 있으면 닿일 거리.
한 걸음....
10cm...
1cm....
텁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붙잡았다.
검은 사슬이 나의 다리를 붙잡고 반대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었다.
사슬이 내 다리를 잡는 것과 동시에 넘어졌기에 검은 마법사로서는 질질 끌고 가기 딱 좋은 자세였다.
"크흑! 안돼..!!"
조금만, 조금만 더.... 닿으면...
화아아아
봉인석에서 빛이 뿜어져나왔다.
발목을 붙잡고 있던 사슬도 그 빛에 사라져갔고, 마지막 봉인석이 붉은 빛을 내며 활성화 되었다.
여덟 개의 봉인석이 모두 활성화 되기가 무섭게 그들 사이사이로 샛노란 빛이 그어지더니 중앙에 거대한 마법진이 생겨났다.
"...?"
이상하다.
나의 손 끝으로 매끈한 감촉이 느껴지지 않았을 뿐더러, 내가 보기에도 봉인석에 손이 닿은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활성화 되다니..?
"애 먹고 있길래, 내가 도와줬지. 프리드 성격상으로 봐서, 다음을 기약할 것 같은데. 후손들이 어쩌고 하면서 포장해놓고 말이야. 푸하하!"
"... 팬텀."
"뭐, 그 '다음' 이라는 게 뻔하게 봉인이겠지? 그럼 이건 봉인석? 어디보자, 나머지 것들은 다 된걸 보아하니... 햐, 내가 라스트의 대박을 터뜨린건가?"
"피식, 여전하네."
"당연하지! 이 몸은 여전히 아...."
"여전히 시끄러워."
우우우웅
하지만 잡담은 거기까지였다.
봉인석이 모두 활성화 되어 그려진 마법진이 웅웅거리며 우리를 긴장시켰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 소리로 인해 검은 마법사의 눈이 크게 떠지며 봉인진을 바라보았다.
"....!!"
모든 이들의 눈이 봉인진으로 쏠렸다.
검은 마법사를 제외하고서는 모두 그 다음을 기대하는 듯했다.
우... 우웅
"....."
몇 초간의 정적이 흘렀다.
가장 먼저 침묵을 깬 건 프리드의 한껏 당황한 음성.
"뭐.. 뭐야? 이거 왜 안 되는거지? 자, 잘못 그렸나?"
"뭣? 리더가 되어서 뭔 짓거리를 하는 거야!"
노발대발 하는 팬텀.
"크하하하하! 이걸 어쩌나, 너희가 이렇게 수고스럽게 만든 것이 쓸모없게 되었구나!!"
광소를 터뜨리며 웃는 검은 마법사의 음성이 점차 분노섞인 목소리로 변했다.
"그럼 이제 죽여주마!"
그 말을 시작으로 검은 마법사가 모든 것을 부술듯이 날뛰었다.
어지간히 화가 난 건지, 사슬의 기세는 이전보다 훨씬 날렵하고 드셌다.
[은월, 나 좀 데리고 가줘. 저 봉인진의 중앙으로.]
[뭐? 왜??]
[내가 잘 못 한게 아냐. '제물' 이 필요했던 거지.]
[제물..? 프리드, 너 설마..!]
내 말에 프리드가 씁쓸하게 싱긋 웃었다.
[대의를 위해서라면.]
안 돼!
프리드가 죽을 수는 없어.
그럴 바에야....
[차라리, 차라리 내가 가겠어.]
[뭐? 안 돼. 내가 그린 마법진이잖아. 너에게 모든 것을 떠맡기기는 싫어.]
[나 밖에 할 사람이 없는 걸. 팬텀과 루미너스는 검은 마법사와, 아란은 몬스터들과. 그리고 너희들은 사이좋게 부상중.]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아니, 생각으로 말하는거라 떨릴지는 잘 모르겠지만, 실제 음성으로 말한다면 분명 떨려나왔을 것이다.
[그럼, 남은 사람은 나 밖에 없잖아?]
[.... 괜찮겠어?]
[당연하지. 빨리 마법진 작동이나 제대로 시켜.]
프리드의 모습으로 보아 반대하고 싶은 마음은 강력하지만 내 말이 구구절절 다 맞는 말이라 반박하지 못 하는 듯 했다.
여전히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마법진을 재정비 하는 프리드.
걱정까지 해 주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행복해져 절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럼.... <활성화>]
빛을 잃어가던 거대한 마법진이 다시 생기있는 샛노란 빛을 뿜으며 작동되기 시작했다.
중앙의 복잡하게 그려진 작은 원에 들어가니 나의 모든 힘이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꺼질듯한 정신을 붙잡고, 검은 마법사와 싸우고 있는 루미너스와 팬텀을 보았다.
항상 티격태격 하면서도 서로 제일 믿고 있는 사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두번째로 고개를 돌린곳은 프리드와 메르세데스가 회복중인 계단 옆.
프리드와 눈이 마주치자 녀석이 슬픈 눈동자를 하고서는 억지로 웃어보였다.
나도 그에 따라 안심하라는 의미로 웃었다.
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릴 힘도 없어 눈동자를 굴려 바라본 곳은 이 거대한 방의 문.
저 문 너머에는 아란이 호기롭게, 그러나 위태롭게 싸우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중에서 제일 피해를 입은 사람을 꼽자면 아란이겠지.
이들을 모두 생각하니 눈물이 볼을 타고 조용히 흘러내렸다.
그것을 애써 감추기 위해 고개를 들어올렸다.
점점 빠지는 힘에 눈을 감았다.
마지막 숨을 내뱉으며, 저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수많은 말들 중 하나만 내뱉을 수 있었다.
".... 다시 보자.."
그리고는 정신을 잃었다.
wolrng
2015.03.01
아..............불쌍한 울 은월씨.....
니여친납치범
2015.01.13
햐. 상세히 적어주시네. 겜상에서도 은월이 제물될때 검은마법사도 같이있으면 더 좋은데..
흑율령
2015.01.12
엌ㅋㅋㅋ 안돼요ㅠㅠㅠㅠ 잠깐, 그, 그럼 저도 인기인?ㅎ
By전사카잉
2015.01.12
항상지켜보고있습니다 흑율령님~나중에 루나서버에 서 제가 찾아갈태니~ 나중에만나요~~ 그리고 '여러분들 은월'글 사랑해주세요
탑of탑32
2015.01.11
좀 보고 배워야겠네여 ㅎㅎ 잘보고 갑니다 ㅎㅎ!
흑율령
2015.01.04
ㄷㄷㄷ 너무 잘 알고 계시는데...!!
나는최강은월
2015.01.03
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은월은 힘을 기르기로 결심하죠(여기까지가 제가아는 스토리)
나는최강은월
2015.01.03
이때나오는 명대사 '제게 모든것을 원래대로 되돌릴 힘을 주세요' ㅠㅠ 은월은 다시 메이플월드로 돌아가지만 그를 기억하고 있던 헬레나까지 은월을 잊어버리죠. 은월은 시간의 신전으로 가서 마스터오멘과 검은 기운들을 처치하고 꿈속에서 검은 마법사를 만나게 됩니다. 꿈속에서 존재를 걸기 바로 직후의 기억, 5영웅과 뾰족귀 여우들의 기억
나는최강은월
2015.01.03
그렇게 은월은 존재가 사라지고 미우미우로 가서 랑에게 정령의 힘을 받고 다시 밖으로 나가 영웅을 찾아다니죠. 그러나 그 5영웅들 조차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고 은월은 다시 미우미우로 가지만 미우미우의 랑, 노야, 구월, 고로, 설리, 오롱, 담 등 여우들이 다시 은월을 알아** 못하고 여우나무에 새긴 벗의 증표까지 지워져 있습니다.
Lo츠토
2015.01.02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