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소설] 붉은 소녀[70]

질문자 캐릭터 아이콘T없는v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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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유저수362

작성 시간2011.08.18


“ 리아님, 고우마 일행이 온 것 같습니다. ”


“ 마중을 나가야겠군. ”


창문을 바라보던 로엔이 리아에게 고우마의 도착소식을 알리자, 리아는 가벼운 마음으로 베른하니츠를 왼쪽 옆에 차고 방을 나섰다.


“ 리아님, 정말 훌륭히 막아내셨군요. ”


“ 아뇨, 왕궁의 병사들이 목숨을 걸고 수비한 까닭이지, 절대 저희 둘이 막은것이 아닙니다. ”


“ 허허허, 이럴때 스스로를 낮추실 필요는 없으십니다. ”


리아는 살짝 웃어보이며, 고우마와 악수를 주고받았다. 로엔에게도 손을 내밀자 멍을 때리던 그는 갑자기 당황하며, 두손으로 손을 감싸듯 잡았다.


“ 로엔님도 고생하셨습니다. ”


“ 고우마님도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


고우마는 자신이 데려온 병사들의 수비배치를 배정하고, 소믈뤼를 만나기위해 리아와 함께 접객실로 들어섰다.


조용히 차를 마시며 기다리던 소믈뤼와 왕위 계승자인 헤이미르가 고우마와 리아가 들어오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 왔는가. ”


“ 죄송합니다, 폐하. 제가 서투른 탓에 심려를 끼쳐드렸습니다. ”


“ 아니네. 다행히도 리아님이 도와주셨으니, 지나간 일을 질책하지는 말기로 하지. ”


“ 헤이미르님께도 죄송합니다. ”


“ 아바마마가 인정한 일. 제게까지 사과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


고우마가 숙였던 고개를 들고, 소믈뤼의 말 대로 자리에 앉았다.


아무래도 왕궁에서 같혀지낸 날이 꽤 되었으니, 바깥일이나 구밀협곡의 전투상황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리아와 로엔도 고우마 옆에 앉으며, 앞에 놓인 주홍빛 홍차를 삼켰다. 진한 향과 맛이 일품이어서 순간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 구밀협곡의 상황은 어떤가? ”


“ 생각보다 토르공, 아니 토르가 끈질기게 버텨내고 있어서, 시간이 좀 더 걸릴듯 합니다. ”


“ 흐음……. 그렇다면, 리아님과 로엔님은 언제 떠나실 생각입니까? ”


헤이미르가 조심스레 물었다.


“ 오늘 새벽이나, 내일 아침 일찍 떠날생각입니다. 오래 자리를 비울수는 없으니까요.


“ 너무 일찍가시는것 아닙니까? 조금 더 쉬시다 가시는게……. ”


소믈뤼가 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카밀과 릴, 에리나가 이 순간에도 전쟁터에서 겪고 있을 고생을 생각하자니 오래 왕궁에 머무를 수 없었다.


고우마는 소믈뤼의 마음을 이해하고는 있지만 사실, 한시라도 빨리 리아가 전선에 복귀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녀가 돌아가면 분명히 불리한 전세를 뒤집을수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 제가 비룡을 준비해두겠습니다. 죄송하지만 마지막까지 고생하시겠네요. ”


“ 아닙니다. 그럼 저희는 다시 방으로 돌아가서 떠날 채비를 하겠습니다. ”


아직 다 마시지 못한 맛있는 홍차가 안타깝기는 했지만, 리아와 로엔은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인사를 하고 방을 나섰다.


헤이미르가 고우마에게 물었다.


“ 저 리아라는 분, 강합니까? ”


고우마가 주저않고 답했다.


“ 물론이죠. 강한건 그녀 하나가 아닌 동료 모두입니다. 어쩌다 그런 실력자들이 모였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여튼 왠만한 용병단 보다 강합니다. ”


“ 흐음……. ”


헤이미르는 짧은 고민의 신음을 내며, 다시 홍차를 들이키다가 문득 리아가 앉았던 자리에 시선이 멈췄다.


알수없는 이상한 기분에 헤이미르는 위화감까지 느껴졌다. 인상을 찌푸리고 시선을 다른곳으로 돌렸지만, 왠지 모르게 자꾸 의자에서 더럽고 무서운 기운이 느껴지는것 같았다.


“ 몸이 좀 피곤한것 같습니다. 먼저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


“ 물론이지. 푹 쉬거라. 내일 리아님을 마중하려면 일찍 일어나야 할테니 말이다. ”

 


카밀은 릴이 시킨대로 묵묵히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과연 이게 잘하고 있는 것인지 계속 의심이 들었다.


“ 릴, 이거 정말 통해? ”


“ 아마. ”


“ …하? ”


“ 저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


제르가 준비한 투석기를 옮기라는 지시와 함께 뿌와 이야기를 나누는 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 뿌, 내가 한 부탁 있지? ”


“ 그거 정말 해야되냐 뿌? ”


“ 물론! 네가 아니면 그 누구도 못해. ”


“ 에휴… 할수없지 뿌. ”


“ 고마워! ”


릴이 방긋 웃는사이, 병사들이 제르가 시킨 일을 모두 끝내고 보고를 했다. 고개를 끄덕인 제르가 릴에게 말했다.


“ 릴님. 준비가 다 된 것 같습니다. ”


“ 그래요? 그럼 시작하도록 하죠. 화끈한 공격이 될것 같은데요? ”


릴이 자신감에 차 있는 그 순간에도 카밀은 도통 믿음이 가지 않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 이게 정말 될까……. ”


릴이 말한 내용은 정말 엄청난 스케일이었다. 용기사단의 용과, 마법사와 궁수까지 모두 동원해야했다.


그 대단한 작전의 내용은 이러하다.


일단 투석기에 기름을 가득 담아서 마법실드와 투명화 마법으로 보호를 받으며, 적에게 최대한 근접한뒤 투척한다.


그리고, 궁수들의 화살촉엔 모두 둥그렇게 뭉친 화약을 끼우고, 용기사들은 하늘에서 화약을 냅다 뿌린다.


그리고 화약가루가 완전히 떨어지기 전, 릴이 대궁에 화살로 변한 뿌를 발사한다. 뿌는 자체적으로 불을 일으킨다.


그러면, 펑.


뿌가 일으킨 불을 정령술사들은 끌수 없을테고, 설사 실드를 치거나 바람을 일으켜 화약과 기름을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해도 이 방법은 절대적으로 통하게 된다.


실드와 바람으로 바쁜 정령술사들을 제치면 남은 마법사들이 광역필드마법을 시전할테니 말이다.


하지만 카밀은 일이 왠지 그리 쉽게 풀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생각도 잠시, 투석기가 굴러가는 우렁찬 소리를 적군들도 알아차린것 같았다.


“ 토르님, 적군이 투석기를 끌고 공격을 하러 오고있습니다. ”


“ 그렇다면 어서 수비진형을 갖추지, 무엇을 하느냐? ”


“ 그게… 적들이 투석기에 돌이 아닌 무언가를……. ”


“ 뭐? ”


밖으로 나온 토르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투석기와 용기사단, 엄청난 숫자의 마법사와 궁수들에 그들이 총 공격을 하러왔다고 생각했다.


“ 정령술사들은 캔슬 시전을 준비하고, 궁수들은 용기사단을, 기사들은 투석기와 돌격을 준비하라. ”


“ 넷! ”


투석기가 멈추자, 용기사들은 각각 큰 자루 하나씩을 들고 공중을 뱅뱅 돌았다. 안타깝게 투명화 마법은 통하지 않은 듯 했으나, 제르가 크게 소리쳤다.


“ 투척! ”


나팔소리가 하늘과 땅을 울리자, 왕실의 병사들은 일제히 화살을 쏘며 투척기로 기름을 던졌고, 용기사들도 화약을 떨어뜨렸다. 공격이 올줄 알았는데, 이상한 기름과 화약냄새가 풍기자 기사계 병사와 정령술사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 준비! ”


릴이 소리치자, 수백개의 불화살의 시위가 당겨졌다. 그제서야 상황파악을 끝낸 토르가 급하게 소리쳤다.


“ 불! 불을 끌 캔슬마법과 물을 준비하라! ”


“ 발사! ”


수백개의 불화살이 사방에서 힘차게 날아갔다. 정렁술사들은 끝없이 날아오는 화살의불을 끄느라 정신이 혼미했다.


마침내 릴이 검은 대궁을 꺼내들었다. 뿌가 변한 붉은 화살이 활대에 끼워지자 릴은 주저않고 활시위를 길게 잡아당겼다. 햇빛에 반사되는 뿌를 보고 릴이 말했다.


“ 준비됐지? ”


“ 물론 뿌! ”


릴이 각도를 잡는 사이, 불만끄던 정령술사들은 화살을 맞고 쓰러지는 경우도 허다했고, 기름때문에 말과 병사들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했다.


토르는 직접 병사들을 이끌고 협곡을 내려오며 소리쳤다.


“ 왕실계의 병사들을 처리하라! 이 전투를 이기면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


그에 지지않고 제르가 검을 뽑아들며 말했다.


“ 반란군을 제압하라! ”


양쪽의 병사들은 하나같이 우렁찬 함성을 지르며 돌격하기 시작했다. 협곡 위에서는 투척기까지 가져오며 아래로 내려간 기사계병사들을 지원하려고 했다.


“ 각도조절 완료. 발사 준비. ”


뿌의 끝부분이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릴의 초록빛 눈동자가 번쩍였다.


“ Sharp Shoot! ”


릴이 활 시위를 놓자 엄청난 속도로 뿌가 날아갔다. 마치 하늘을 가르며 먹이를 낚아채는 독수리의 모습처럼말이다. 무언가가 빠르게 날아가는 소리에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본 토르는 자신이 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령술사들이 캔슬마법을 시전 할 틈도없이, 뿌는 중앙 막사에 꽃혔다.


쾅! 하는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채 떨어지지 않은 화약들이 불과 맞닿으며, 마치 불꽃놀이를 연상케했다.


토르와 기사계 병사들은 좌절했다. 순식간에 사라진 본진. 더이상 승산따위는 없어보였다. 화약 투척을 마친 용기사들이 지상으로 내려와 토르와 기사계 병사들을 포위했다. 토르는 부르르 떠는 손으로 검을 꽉 쥐었다가 힘을 빼며 검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모든 병사들이 순식간에 기사계의 병사 모두를 포위했다.


제르가 말했다.


“ 포박하라! ”


병사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기사계의 병사들을 포박했다. 제르가 검을 토르의 목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 세르딘 왕실의 임시 대장군 제르의 이름으로 당신을 처형한다. ”


토르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씨익 웃어보였다. 한 병사가 커다란 도끼를 가져오더니 하늘 높게 지켜올렸다.


“ 카이……. ”


작게 중얼거린 토르는 그 말을 끝으로 눈을 감았다. 토르가 죽자, 제르가 검을 높게 치켜올렸다. 왕실계 병사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릴도 안심하고 대궁을 도로 어깨에 메었고, 카밀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 정말 이 방법이 통하다니……. ”


“ 왜 못미덥다는 듯이 그래? ”


“ 이기긴해서 좋은데 무언가 시시해서. ”


릴이 그런 카밀을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는데, 적 진영에서 붉은 새 하나가 내려오더니, 릴의 머리위에 조심스레 앉았다.


“ 수고했어 뿌. ”


“ 힘들다 뿌우……. ”


뿌가 슬라임의 모습으로 돌아오니 머리 위에서 추욱 늘어졌다. 병사들의 포박을 끝낸 제르 일행이 릴에게 다가왔다.


“ 수고하셨습니다. 이것으로 모든 전쟁은 끝났습니다. 세르딘의 내란을 훌륭히 막아주신 다섯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표합니다. ”


제르가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질문자 캐릭터
질문자 캐릭터 아이콘T없는v콜법 Lv.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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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3

  • 캐릭터 아이콘T없는v콜법 2011.08.19

    q번개날려p / 항상 감사하빈다 ㅠㅠㅠ 제가 정신머리를 집에 놓고 다녀서

  • 캐릭터 아이콘T없는v콜법 2011.08.19

    초록빡빡이가 / 안그래도 진로를 그쪽으로 정했습니다. 하하하ㅏ...

  • 캐릭터 아이콘T없는v콜법 2011.08.19

    e다크rkjsoe / 항상 재밌게 쓰려고 노력중입니다 ㅎㅎㅎㅎ

  • 캐릭터 아이콘T없는v콜법 2011.08.19

    검방z강서겸 / 으앜ㅋㅋㅋ 제가 초딩때 쓴 오글거리는 소설을 보고오신건 아니죠 ㅋㅋㅋ

  • 캐릭터 아이콘T없는v콜법 2011.08.19

    사격군자 / 과찬이십니다!

  • 캐릭터 아이콘T없는v콜법 2011.08.19

    daniel545492 / 아하하.. 저는 별로 추천엔 관심이 없어서

  • 캐릭터 아이콘검방z강서겸 2011.08.19

    그게 아니라 붉은 소녀 말고도 다른 제목의 글도 많잖아요 ㅎ

  • 캐릭터 아이콘q번개날려p 2011.08.19

    강서겸님, 그냥 붉은 소녀로 제목 검색하는 게 더 간단... ㅎㅎ 아 그리고 68편 두 편있네요. 확인하시고 수정해주세요 ^^

  • 캐릭터 아이콘초록빡빡이가 2011.08.18

    작가로나가봐요

  • 캐릭터 아이콘e다크rkjsoe 2011.08.18

    이번편은 별로 재미가 없다는 건 개나주고 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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