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소설] 그들은 죽지 않는다. 절대로 [52]

질문자 캐릭터 아이콘Eclipse3273

추천수14

본 유저수523

작성 시간2011.05.13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전 이번 만큼은 저도차도 만족하는 편입니다. (뭐라니ㅋ)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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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아의 말을 들은 프레이는 숲으로 이동하였다. 그는 거세게 흐르는 강물을 지켜보며

묵묵히 말의 고삐를 잡아당겼다.

그 서슬에 말의 고개가 젖혀지고 작은 투레질 소리를 내며 그의 말은 어두운 밤길을 천천히 걸어갔다.
구름이 잔뜩 끼어 푸른 달도 숨바꼭질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나마 모습을 드러냈다 하더
라도 바로 앞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희미한 빛을 발할 뿐이어서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검은 암흑에 묻혀있는 컨티스트 숲의 길은 조용했다. 


'흥.'


그는 짧게 코웃음을 치고 영지를 둘러싸고 있는 넓은 숲으로 말을 달렸다. 흐릿한 달빛에 의지
해 계속해서 달리자 조그만 공터가 나왔다. 그 공터에는 갈색의 말을 탄 남자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치렁치렁한 커다란 망토로 몸을 감싸고 머리에는 검은 베일이 내려진 모자를 눌러쓰고
있었다. 프레이는 고삐를 잡아당겨 말의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그를 향해 다가갔다. 검은 베
일의 남자는 프레이가 다가오는 것을 보자 말을 건넸다.


"오셨군요. 솔직히 걱정했습니다."


"...무엇을 말이지?"


"믿어주실 지도 의문이었고, 병력을 이끌고 오시지 않은 것만 하더라도 감사할 뿐입니다. 일종
의 도박과도 같은 방법이어서요."


"체포당하기를 바라는 것이라면 해 주겠어."


"......그건 아닙니다. 그저 좋은 방향으로 결정을 내려 주셨다는 호의에 대한 감사입니다."


남자는 손을 들어 모자를 벗었다. 달빛 아래 갈색의 머리카락이 드러났다. 창백한 얼굴에 얇은
입술이 신경질 적으로 보였지만 온화한 표정이 상대의 적의를 누그러뜨리고 있었다. 남자는 예
의바르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전했다.


"처음 뵙는군요. 저는 블랙윙의 블랙카드 기사단을 이끌고 있는 와루 라고 합니다."


"꽤나 여유가 있으시군. 매복이 있을지도 모를탠데 혼자 들어오다니 역시 검은 마법사의 힘이라
도 빌린 것이오?"


"그런 건 없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적이 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와루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잠시 만지작 거렸다.


"검은 마법사님의 힘이라니,그런 것을 사용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전 블랙윙이
아닙니다. 블랙윙의 권력을 쫓는자이지요. 누군가의 모략으로 결정된 일임이 분명합니다. 블랙
카드가 처한 입장은 누구보다도 잘 아실 테니 쓸데없는 수작은 부리지 않겠습니다. 단도직입적
으로 제안하죠. 무엇을 원하시는 겁니까."


"내게 물어볼 것이 아니라 레지스탕스 총대장에게 말하시오."


와루는 처연한 표정을 지었다.


"제 5 상비군 프레이 군단의 전력이 대략 천명이라고 들었습니다. 아직 만들어 진 것이 얼마 되
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래도 레지스탕스의 상비군... 섣불리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전쟁이란
양측에 막대한 소모를 가져오니까요."


"......해서?"


"대장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있으실 겁니다. 돈, 권력, 여자...무엇이든 좋습니다. 이번 공격을
늦춰주십시오. 한달 정도만 늦춰 주신다면 저희가 알아서 잘 무마하겠습니다."


"......"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와루는 다급한 어투로 말을 꺼냈다.


"저희 블랙카드와 저는 그만한 재력이 있습니다. 어느 것을 원하시는 지 말씀만 하신다면..."


"지금 나를 매수하려는 건가?"


날카로운 그의 말에 와루는 당황했다. 와루는 만지작거리던 모자를 거의 잡아뜯을 듯이 매만지
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이내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저는 단지 살아남고자 하는 겁니다. 터무니없는 누명을 쓰고 이렇게 허무하게 당할 수는 없습
니다. 아직 제가 가져야 할 권력은 많습니다."


"당하지 않는다면?"


"부득이한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죠. 이를테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방식으로."


"......알았소."


프레이는 망설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와루는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제 요청을 받아 주시는 겁니까?!"


"상황이 생각했던 대로 명료하지 않아서 그런 것뿐이다. 일단 명령대로 병사를 출동시켜야 하겠
지만... 성문 밖에서 잠시 지켜보겠다. 그 이상은 무리야."


"감사합니다. 이로서 저희도 한 시름을 놓게 되었군요."


와루는 모자를 다시 눌러썼다. 검은 베일이 얼굴을 가려 드러나지 않았지만 밝은 목소리로 말을
 건냈다.


"이번 배려는 잊지 않겠습니다. 그 보답이라면 뭐하지만... 작은 성의를 보내드리겠습니다."


"필요 없으니 먼저 가보겠네. 그나저나... 드래곤의 기운이 퍽 많이 느껴지는군."


그는 말을 돌려 왔던 방향으로 돌아가다가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우거진 나무 틈으로 뛰어든
와루는 금세 그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프레이는 묵묵히 그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겸양을 차
리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이미 모든 계산을 끝마친 상태. 결국 프레이에게 찾아온 것은 자신에게
 승산이 있으리라 확신한 것일 것이다.


'.....능글맞은 구렁이 같으니라고.'


프레이는 말고삐를 잡아당겨 다시 뒤로 돌았다. 그리고 점점이 빛을 뿌리고 있는 주둔지를 향해
 말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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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어두운 달빛을 받아 피로에 젖은 몸을 스산하게 스쳐 지나간다. 바람을 타고 흘러 들어
오는 도시의 냄새가 코를 찌른다.


'아무리 맡아도... 싫은 냄새......'


코를 누르는 흉내를 내면서 시로아는 생각했다. 이 지독한 냄새는 분명 외곽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체 처리장에서 흐르는 것이겠지. 결국 사람 타는 냄새일 뿐이었다.


'너무 처참해....'


그는 눈을 들어 시커멓게 타버린 블랙카드를 둘러보면서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화려한 꽃의
도시라 불리던 블랙카드, 아니 컨티스트 성이 이 자리에 서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검게
그을린 성벽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기뻐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기뻐하는 것은
신참 레지스탕스 800명뿐. 나머지는 아무런 감정도 없이 그저 매일 하는 식사를 해치운 것처럼
 피에 절은 갑옷을 닦아내며 묵묵히 보초를 섰다. 불평은 허용되지도 않았지만 그들 스스로도
원하지 않았다.


'죽는 것보다는 낫다는 의미일까...?'


시로아는 눈살을 가볍게 찡그렸다. 와루의 저택이 불타버린 후, 프레이는 광장에 지어진 임시
막사에서 식사를 하며 결박지어진 컨티스트의 시민들을 바라보았다. 아이와 아녀자, 그리
고 약간의 청년들로 이루어진 포로였다. 포로들을 훑어보던 그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었다.


"밥을 축내는 쓰래기들이 섞여 있군 그래."


더 이상의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그의 한마디로 포로 중에서 노동력이 없는 아이들과 노인들은
포로에서 제외되었다. 제외된 자들은 지금 시로아의 발 밑 어딘가 에서 부릅뜬 눈동자를 흙바닥
을 응시하고 있을 것이다. 컨티스트의 광장을 모두 파헤치고 모두 산채로 매장시켜 버린 것이었
다. 물론 반대하는 자가 없지는 않았다. 이름조차 생각나지 않은 그는 주먹까지 불끈 쥐며 프레
이의 처사에 항의를 표시했다. 그러나 시로아를 비롯한 친위대 모두는 그가 어떻게 될 지 이미
알고 있었다. 프레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검을 뽑아 그의 목을 후려쳐 버렸다. 전시(戰時)
명령 불복종은 사형...... 프레이만의 철칙이었다. 결국 그의 죽음은 쓸모 없다고 판단된 포로
들의 죽음을 알리는 신호가 되어버렸다.
 

'조용...하다...'


컨티스트는 고고한 적막에 싸여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직도 숨어있거나 포로가 되어 지
금쯤 창고에 갇혀 절망적인 상황을 받아들이려 애쓰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되었든 현실
은 바뀌지 않는다. 어디에선가 누군가가 부르는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시로아는 가던 걸음을 잠
시 멈추고 그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대는 아시나요. 가슴깊이 당신을 사랑하는 이가 있음을.


  그대는 모릅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애달파하는 나의 마음을.


  당신의 차가운 한마디, 잔혹한 시선...... 그 하나에 절망에 젖는 전사의 흐느낌을


  당신이 존재함은 나의 슬픔일 뿐..... 버려진 어린 풀과도 같은 나약한 아이.


  나 언제나 그대의 죽음을 위해 영혼을 바칩니다.


슬픈 목소리였다. 무슨 노래였던가는 기억나지 않았다. 본래 음악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던
 터였기에 단번에 이름을 알아낸다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귀에 익은 노래라는 것
은 쉽게  알 수 있었다.


'누구...지?'


그는 어느덧 작은 노랫소리를 따라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노래로 사람들을 미혹시킨다는 바다의
 마녀, 세이렌의 음색처럼 그 노래는 시로아의 발길을 바꿔놓고 있었다. 모퉁이를 몇 번이고 돌
고 계단을 오르내리자 노랫소리가 조금은 가까워지는 것은 느꼈다. 노랫소리는 아주 작았지만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죽어버린 무고한 컨티스트의 시민들을 위하는 장송곡(葬送曲)이
라도 되는 것 마냥 노래는 흐느끼듯 울려 퍼지고 있었다. 오른편으로 늘어선 성벽의 길을 따라
컨티스트가 한 눈에 보이는 망루에 올랐을 때,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자를 찾
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누구인지 알았을 때 시로아는 눈을 커다랗게 뜬 채 뒤통수를 후려치
는 듯한 충격에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미안... 미안해..."


아주 작은 중얼거림. 그는 시체의 매캐한 내음이 실려오는 바람을 맞으며 검은 망토를 펄럭이고
 있었다. 가벼운 허밍으로 곡조를 맞추며 망루의 돌무더기 위에 몸을 기대고 시선을 성 밖의 불
빛으로 향하고 있었다. 타오르는 시체의 불빛에 검은 흑발이 묘한 분위기를 띄며 반사되었다.


'대장님......'


시로아는 멍하니 입을 벌린채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시로아는 성벽의 그늘에 몸을 숨기
고 얀을 계속 주시했다. 프레이의 노래는 서서히 작아지고 있었다. 돌무더기에 기댄 그의 어깨
는 축 처져 있었다.


"내가...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이 노래밖에는..."


프레이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하고 싶어서...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 아니었어. 죽어버린 너희들에게 미안해. 정말... 정말
 미안해...."


프레이는 손을 들어 허공을 짚었다. 건틀릿을 벗어버려 달빛아래 드러난 그의 손가락은 백옥 마
냥 희고 아름다웠다. 푸른빛이 감도는 달빛에 손가락은 물위로 튀어 오른 송어 마냥 아름답게
뻗어있었다. 그의 목소리, 그의 노래는 정말 이세계에 존재할 수 없을 정도의 아름다움이었다.
그의 노래는 슬픈 영혼을 달래려는 듯 흐느끼며 하늘을 떠돌고 있었다.

 

저번 화 별로 기대안했는데 추천수 15인가 16이네요

 

 

글을 딱 마치고 노래가 틀어지자 손진영 씨의 탈락이 발표되었네요...

참....기가막힌 우연입니다. 응원했던 사람중 한명인데 말입니다;;

Miracle 손진영 씨 힘내세요ㅎ

질문자 캐릭터
질문자 캐릭터 아이콘Eclipse3273 Lv.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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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8

  • 캐릭터 아이콘나왜여캐니 2011.05.15

    이제야 말로 진은 묻혀버린건가....!

  • 캐릭터 아이콘bigdoghole 2011.05.15

    음... 서한은 어떻게 되는건가요? 처벌받나요? ㅠㅠ

  • 캐릭터 아이콘달콩이라뉘 2011.05.14

    투지지루님 그럴지도요;; 군대를 이끄려면 센척은 필수니까(?) 추천하고 갑니다. 노래가 참 슬퍼요

  • 캐릭터 아이콘투지지루 2011.05.14

    프레이.... 일부러 사람들 앞에서 잔인하게 보이려는걸까요?

  • 캐릭터 아이콘dlfk수크 2011.05.14

    프레이가 의외로 여리네요ㅋ 추천

  • 캐릭터 아이콘vl크세lv 2011.05.14

    저이번에 출연시켜주신다면서여 ㅜㅜ 그래두 추천꾹

  • 캐릭터 아이콘o한모금o 2011.05.14

    난 프레이의 이런 이미지를 기대했어 그동안의 이미지를 뒤집어놓는 어린아이 뺨치는 프레이의 순수함을 나는 기대했어(퍽

  • 캐릭터 아이콘수호의수비병 2011.05.14

    ㅋ 언제봐도 이 소설은 빈틈이 없군요..이 소설은 추천할수밖에 없군요. 저의 소설도 좀 들러주시면 감사하고요.. 언젠가 시간이되시면 소설쓰는 노하우좀 알려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캐릭터 아이콘z영혼소녀z 2011.05.14

    그래도 빛의법사님 다른 유저분들한텐 욕하는건 아닙니다.

  • 캐릭터 아이콘z영혼소녀z 2011.05.14

    그래요 이번만큼은 빛의법사님이 맞네요. 진짜 이건 책으로 엮어놔야 합니다. 계속 날라오는 추천은 피하지 말고 맞아**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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