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붉은 소녀[07]
“ 여깁니다. ”
에일은 복도 끝에 있는 방에 도착했다. 그리곤 문을 두드렸다. 문이 열린 그 방은 아까 리아가 일어난 방 보다, 몇배는 커 보였다.
“ 네가 리아냐? ”
왕좌에 앉아 고귀하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한 여자가 리아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 그녀는 양손에 반지를 세개씩, 길게 늘어진 금귀고리와 함께, 가운데 푸른빛의 사파이어가 박힌 목걸이 같은 눈이 부실 정도의 장신구들을 착용하고 있었다. 잠시 넋이 나가 바라보는 리아를 보고 여자는 다시 물었다.
“ 네가 리아라는 아이가 맞냐고 묻지 않느냐. ”
“ 맞아. 그런데 나에게 무슨 볼일이 있다는 거지? ”
“ 리아. 이분은 여왕님이십니다. 저와는 다르게 예의를 표하시지요. ”
에일이 반말에 태클을 걸었다. 리아는 이맛살을 찌푸렸지만, 여왕은 말리지 않았다.
“ 아닙니다, 에일. 갑작스럽겠지만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넘어가지. 난 두번 말하지 않으니 잘들어. 넌 얼마 후 이 라온국의 공주가 된다. ”
“ 뭐? ”
“ 난 두번 말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했을텐데. ”
“ 방금 그 발언으로 아줌마는 두번말 한 셈이군. 약속이 틀린걸? ”
여왕은 잠시 당황했지만 피식 웃어넘겼다.
“ 거 역시 당돌한 꼬마숙녀님이시군 그래. 좋아 다시한번 말해주지. 넌 이 라온국의 공주가 될 몸이라고 했다. ”
리아는 여왕의 말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다. 검과 함께 자란 여자아이가 어찌 공주라는 직위에 대한 욕심이 있을까. 리아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 싫어. ”
“ 싫어서 안하고 좋아서 하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 네가 아니면 이 나라를 이끌 사람이 없어. 보다시피 이나라엔 남자왕이 없다. 그러니 그 왕이 생길때까지 나라를 다스릴 후계자가 필요해. ”
“ 아직 아줌마는 젊잖아. ”
“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는 법이지. ”
그 때, 한 대장장이가 검이 든 붉은 검집 하나를 여왕에게 올렸다. 검집을 본 리아는 흥분했다.
“ 그거 내 검 아냐? ”
“ 맞아, 네 검이야. ”
“ 돌려줘. ”
“ 싫어. ”
여왕과 리아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리아는 금방이라도 여자에게 달려들 기세였고, 여왕은 눈을 똑바로 뜨고 자신을 보는 리아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 네가 공주가 된다고 약속하면, 이 검을 돌려주지. ”
공주라는 것은 귀에도 들리지 않았고 검을 돌려준다는 말에, 리아는 냉큼 여왕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여왕은 에일에게 검집을 건넸고, 에일은 그걸 다시 리아에게 넘겼다.
“ 공주란건 어떤거지? ”
제안을 받아들이긴 했지만, 아무래도 뭔가 껄끄러웠던건지, 리아는 여왕에게 공주라는 직위에 대한 의문점을 내놓았다.
“ 이 나라를 이끄는 쉽게 말하면, 나 같은 사람이 되는거다. ”
“ 마음에 드는 자리는 아니군……. ”
리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 내일부터는 이 왕궁에서 생활하게 될거다. 공주가 되기 위해선 칼놀이보다 한글자의 법전을 읽어야 하니까, 당분간 그 검을 볼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 ”
“ 무슨짓을 해도 검이 내 몸에서 떨어지는 일은 없을 거야. ”
리아는 검집을 더욱 꽈악 쥐었다. 여왕은 재미있다는 듯, 리아를 지켜봤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은 이내 바뀌었다.
“ 참, 오빠 리한이 죽었다던데…? ”
리아는 굳게 다문입을 열지 않았다. 여왕의 표정도 그닥 좋지 않았다. 조금 어두운 분위기가 조성되자, 에일은 조심스레 리아에게 말했다.
“ 리아. 여왕님께서 묻……. ”
“ 볼일 끝났으면 돌아가 보겠어. ”
리아는 말을 마친 후, 자기몸의 몇배나 되는 문을 가뿐히 열어제끼며, 당당하게 걸어나갔다. 여왕은 에일에게 신호를 보냈다.
에일은 고개를 끄덕이고 재빨리 리아를 뒤쫓았다. 둘이 나가고 조용해진 여왕의 방에서, 그녀는 들릴듯 말 듯한 소리로 말했다.
“ 미안하다, 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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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완결까지 적겠지.
천천히 하렵니다.
해골이될레 2011.06.03
고통님 참으로 지1랄 하네요 ㅎ_ㅎ 이럴 땐 그냥 말 10어두는게 정상이겠죠? 콜법님, 언제나 재미있게 보는 '붉은 소녀' 완결까지 같나요? 한 편 더 내 주십시요- 정말 재미있습니다 ㅎ_ㅎ 추천 하고 가겠습니다 ㅎ_ㅎ '붉은 소녀' 계속 이어지길 바라겠습니다 ^_^
T없는v콜법 2011.05.14
아파트옥상M / 뭐 저런 아이들은 그냥 무시하는게 답입니다.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없는v콜법 2011.05.14
단짝친ol / 허허.. 원래 소설은 해설만큼 대화도 중요한 요소이긴 합니다.
아파트옥상M 2011.05.14
고통놈 여기서 왜또지랗햇음? 방금;;근데 콜법님 굿 !!! ㅋㅋㅋ 소설 왠지 좀 잘만든거같에 ㅠㅠ 나보다더!! 저기여 저도올려볼게여 한번 봐주삼... 고통 ***~
단짝친ol 2011.05.14
인물이 말하는것보다 해설자가 말하는개 더많네요.. 해설말을 좀줄이는개 낳을듯싶네요..
T없는v콜법 2011.05.14
z빛의법사 / 예압 묘사가 부족하다는건 스스로도 느끼는 점입니다.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z빛의법사 2011.05.14
너무 상황에 대한 표현밖에 없음;
T없는v콜법 2011.05.13
1차에10년 / 즐겁게 읽으셨길 바래요 ㅋㅋㅋㅋ
1차에10년 2011.05.13
재미있어요!ㅋ
T없는v콜법 2011.05.13
Eclipse3273 / 앗, 오랜만이네요.ㅋㅋㅋㅋㅋ 제가 좀 바빠요. 구라가 아니라 진심으로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