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소설] REPEAT <제 3장; 하얀 여우>

질문자 캐릭터 아이콘키스경

추천수6

본 유저수397

작성 시간2008.08.02

 

 

*

REPEAT <제 2장; 부모가 알고있는 몸이 ...

     

REPEAT <제 1장; 뜀박질 후 비와 함께>

*

 


제 3장

 

 

 

 

 

 

 

 자유를 제대로 만끽하지도 못하고 멧돼지 군단으로 인해 절벽에서 떨어져 그대로 꼴까닥 한 줄 알았던 소녀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상체를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이 떨어졌을 때와는 다르게 물살이 부드러워진 강이 옆에서 흐르고 있었다. 하늘을 보니 해가 벌써 중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하늘에서 시선을 거두어낸 소녀는 문득 옆에서 자신을 등지고 모닥불에 앉아있는 하얀 여우를 발견했다. 보통의 여우라기엔 조금 특이한 모양새가 있었다. 동글동글한 작은 몸에 큰 삼각형 모양의 두 귀, 그리고 두개의 복슬한 꼬리. 하얀 털이 유난히 깨끗해 보였다. 여우의 크기는 품에 안으면 쏙 들어갈 것 같아 보였다. 비록 특이하지만 귀엽게 생긴 여우였다.


 소녀는 자신에게 덮여있는 흰색 웃옷을 바라보았다. 위에 걸치는 얇은 반팔 자켓이었다. 저 여우가 덮어준 갈까? 하지만 왜 여우가 사람의 웃옷을…….


"어라…."


 이상하다고 생각 된 그녀가 여우에게로 고개를 돌렸을 때엔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여우가 있던 자리에 한 소년이 앉아 있었을 뿐이었다. 착각인가 하고 눈을 비벼보아도 보이는 것은 같았다.


"어디로 간 거지……."


 소녀가 중얼거리자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소년이 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금색같은 밝은 노란머리를 짧게 올려묶은 소년의 눈동자는 파랬다. 하늘보다 더욱 투명한 하늘색이었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외모와 가느다랗지만 이상적인 몸매의 체구로 보아 소녀와 비슷한 나이의 또래정도로 보였다. 짙은 검은색의 민소매와 남색의 8부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소녀를 덮고있던 흰색 웃옷이 그의 것인 듯 했다.


 그는 소녀가 깨어난 것을 알아채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왔다.


"깼네. 하루 꼬박 안 일어나서 죽은 줄 알았는데."


 소년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소녀는 물끄러미 소년의 파란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웃옷을 건내주며 입을 열었다.


"구해 준거야?"
"아니."


 소녀의 물음에 소년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대답했다.


"낙시하다가 걸려서. 처음에는 무지 커다란 물고기인 줄 알고 좋아했는데 사람이었거든."


 순수하게 방긋방긋 웃으며 말하는 소년을 보며 소녀는 문득 기분이 나빠졌다. 아니라면 아닌거지 또 그걸 자세하게 설명해서 사람 기분나쁘게 만드는 건 뭐란 말이냐. 그런 소녀의 속은 모른 채 그는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왜 강에 떠내려 가고 있던거야?"
"멧돼지 군단에게 밟힐 뻔 해서…."
"응?"


 소녀의 멧돼지 군단이란 말에 소년은 고개를 갸우뚱하다 물었다.


"혹시 와일드 보어(wild boar)?"
"와일드 보어?"
"응. 몬스터인데 이 근처에서 서식해. 그런데 어쩌다 쫓긴거야? 몬스터들은 중급 이상이 아니면 먼저 공격하진 않는데…."


 소년이 모르겠다는 듯 말하자 소녀는 기억을 더듬었다.


"내가 멧돼지라고 했더니 뚜껑열렀나봐."


 소년은 잠시 멀뚱하게 소녀를 쳐다봤다. 그러건 말건 소녀는 다른 생각에 빠져있었다. 소년이 말한대로 그 멧돼지 군단이 몬스터였고 이름이 와일드 보어였다고 해도 우리말로는 멧돼지다. 그런데 영어로 이름을 안 불러줬다고 죄 없는 연약한(?) 소녀에게 히스테리를 부리다니. 평범한 멧돼지인 줄 알고 친절하게 생명존중까지 해줬는데. 이제보니 건방진 돼지들이었다.


"뭐, 걔들은 원래 그래. 아이큐 지수가 낮거든."
"흐음…."


 한 마디로 바보라는 소리였다.

 

 

 

 

 


 뎅- 뎅- 뎅-


 페리온에 도착했을 때엔 이미 밤 12시를 알리는 종이 크게 울리고 있었다. 바위산들이 둘러싼 바위산의 도시인 페리온에선 아직도 곳곳에 불빛이 밝혀져 있었다. 예전에는 마을 마냥 작았다고 하지만 지금은 크게 번창하고 발전해 도시라고 불린다.


 소녀는 도시를 둘러보다가 옆에서 같이 걷고 있는 아까의 하얀 여우를 바라봤다. 눈이 파랗다. 그리고 어느새 소년은 온데간데 없다. 이로써 긴가민가 했던 생각이 확실해졌다. 이 하얀 여우와 소년은 동일인물이다. 라고 생각을 마친 소녀는 여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여우가 그녀를 쳐다본다. 파란 눈이 커다랗다.


"일단은 묵을 곳이라도 먼저 찾자."
"……."


 소녀는 여우를 들어올려 품에 안았다. 예상대로 쏙 들어왔다. 그리고 그다지 무겁지도 않았다. 여우는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 아니 뭐, 원래 여우가 말을 못하지만.


 소녀는 그대로 주위를 둘러보다 꽤 괜찮아 보이는 여관으로 발을 디뎠다. 안에 들어가자 홀은 꽤 시끌벅적했다. 대부분이 남자들이었는데 일을 마치고 돌아와 휴식을 취하는 듯 했다. 여러개의 테이블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는가 하면 음식을 먹기도 하고 또 하루일과를 얘기하는 것에 심취한 사람들이 많았다. 좋아보이는 분위기였다.


 소녀가 여관 안에 들어서자 몇몇 사람들이 말을 멈추고 그녀에게 시선을 옮긴다. 보통 여자들과는 왠지 다른 분위기가 풍기기도 했지만 일단은 외모가 눈에 띈 듯 했다. 아니면 희안한 여우를 안고있어서 눈에 띈 건지도 모르겠다. 소녀는 그런 시선을 신경쓰지도 않는지 여관의 주인으로 보이는 한 여인에게로 걸어갔다.


 그녀는 인상좋은 중년의 여인였는데 아무래도 손님이 많아 바쁜 듯 했다. 그러다 소녀가 다가오는 것을 발견하고는 웃으며 반겼다.


"귀여운 아가씨네. 어서오렴. 묵고 갈 거니?"
"네."
"그럼 1인실이 좋겠구나. 그런데……."


 여인은 잠시 소녀가 안고 있는 하얀 여우에게로 시선을 주었다. 그러자 소녀는 그것을 눈치채고는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날뛰거나 그러는 것은 아니니."
"그렇구나."
"그런데 1인실이면 얼마죠?"
"음… 아가씨가 귀여우니까 특별히 값을 내려서 2골드로 해주마."
"감사합니다."


 여인이 웃으며 말하자 소녀는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는 자신이 매고 있던 가방을 뒤적거렸다. 그리고는 지갑을 꺼내 금색으로 반짝이는 동전 두 개를 꺼내어 여인에게 건내주었다.


 여기서 잠깐 이곳의 화폐 단위를 설명하자면 두 단위가 있는데, 1실버가 가장 낮은 단위이다. 그리고 100실버가 모이면 1골드가 되는 것이다. 보통 4인 식구가 한달을 풍족히 먹고 사는데에는 30골드정도면 충분한 수였다. 예전에는 '메소' 라는 단위를 사용했지만 이제 그것은 사라지고 '실버' 와 '골드' 로 단위를 나누어 사용하게 되었다.


 소녀는 여인이 안내해 주는 데로 계단을 올라 2층으로 올라가 방에 들어갔다. 방은 깨끗하고 쾌적했다. 침대와 테이블은 중간에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는 화장실과 욕실이 딸려있었다. 대충 방을 둘러본 소녀는 침대에 풀썩 앉아 옆에 여우를 내려놓았다. 꽤 푹신푹신한 침대였다. 여우는 한동안 가만히 앉아있었다. 소녀역시 한동안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러다 마침내 입을 열었다.


"너, 아까 그 애?"


끄덕


 여우가 물끄러미 소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흐응…."


 소녀는 재미있다는 얼굴로 미소지었다. 얼마만에 지어보는 가벼운 미소였다.


"이름이 뭐야?"
"……."


 그녀는 순간 아차 했다. 여우는 말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소녀의 물음에 여우는 침대에서 내려와 테이블에 있던 종이와 펜을 들고 무언가를 끄적끄적 거렸다. 소녀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여우는 쓰는 것을 마쳤는지 종이를 들고 다시 소녀에게로 걸어갔다. 두발로 걸어갔다. 보통의 여우에겐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루."


끄덕끄덕


"이름이 하루야?"


끄덕끄덕


 소녀의 말에 여우, 아니, 하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녀는 다시 그런 하루를 바라보다 다시 종이로 시선을 옮겼다. 밑에는 무언가 더 쓰여져 있었다. 가만히 그것을 읽던 그녀는 입을 열었다.


"내 이름?"


 이번에도 하루는 끄덕인다.


"음… 엘. 엘이야."


 엘이라고 소개한 그녀는 하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부드러웠다. 어째 피곤해진다. 아무래도 하루종일 움직여서 그런 것 같았다. 점점 감기는 눈을 겨우 뜨며 지탱하던 그녀는 결국 침대에 몸을 뉘였다.


"잘 자…."


 엘이 작게 중얼거렸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그것을 들은건지 하루는 어느새 잠든 엘을 바라보다가 그녀의 옆에 다가가 몸을 웅크리고 눈을 감았다. 오늘은 자신도 피곤한 것 같았다.

 

 

 

 

 

 

-

 

우우.... 여태껏 댓글과 공지 하나만 올리고 글은 안올린 저를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꾸박)

요즘 약간 바쁜 감이 있어서 차마 여유를 못 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을 틈타 글을 올리고 또 -  이번에는 그림을 한번 올려봤습니다.

하하하하하하ㅏ.

게다가 주인공들의 이름이 드디어 나왔다는 것이지요 (뿌듯)<

그림은 조금..... 저는 짱돌을 사양하겠습니다.

원래 실력이 약간 떨어지기에에- 

제 최선을 다한 것입니다아. 만약 여러분들의 상상을 깨버린 그림이라면

제가 죽을 죄를 졌습니다아! (orz)

 

그럼, 비록 재미는 없겠지만 (...) 그래도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질문자 캐릭터
질문자 캐릭터 아이콘키스경 Lv.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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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8

  • 캐릭터 아이콘ReadDregon 2008.09.13

    잘보면 만날 먼산만 바라보구 쿠쿡 눈아프셔 ? 케케케케케케케

  • 캐릭터 아이콘ReadDregon 2008.09.08

    역시 누님은 예능쪽 (!)만(!) 발달하신게 맞았네요 역시 예전부터 보아왔지만 틀리지않고 여전히;; 혼자 이상한짓하거나 갑자기 웃고중얼거리고 마치 자폐증상과 돌i 증상이 겸비해서나타나는 정신안드로메다가서눌러붙어 먹고사는 아름다운 느낌의 쿡 . 때리지만말아주신다면 조금더..

  • 캐릭터 아이콘키스경 2008.09.08

    :....-.-수학열심히하셈

  • 캐릭터 아이콘ReadDregon 2008.09.07

    흐음 역시 누나 글솜씨나 그림솜씨 는 더 발달한거같네 큭큭큭 하여간 예체능 잘하는거 부러움 ; 나는 폐인인지 요즘 어려운문제나 수학문제 등등 풀다보면 쾌감이;; 이런... 그래서 요즘 마방진 공식만들고 풀고있다능; 12x12까지 풀어버림 ; 이런 요즘 머리 터질지경

  • 캐릭터 아이콘키스경 2008.08.04

    :(웃음)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캐릭터 아이콘괴도법사키드 2008.08.04

    그럼, 비록 재미는 없겠지만 (...) 이 애기 가벼운 조크겠지요? (아흑..) ^^ 재. 미. 있게 읽고 가요-!

  • 캐릭터 아이콘키스경 2008.08.03

    :..........(먼산)

  • 캐릭터 아이콘채Ol니스 2008.08.02

    헉 무..무릎이없다!?

  • 캐릭터 아이콘키스경 2008.08.02

    :아하하. 감사합니다. 새로운 인물의 등장이지요. 여우인간...........흠흠. 둘의 사이는 아직까진 비밀이랍니다아.(훗)

  • 캐릭터 아이콘내가쫌멋혀z 2008.08.02

    그림솜씨 역시 뛰어나시군요..하하..으음 새로운 인물의 등장이군요..과연 둘의 사이가 어떻게 발전할지 +_+ (퍼퍼퍼퍼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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