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소설] REPEAT <제 1장; 뜀박질 후 비와 함께>

질문자 캐릭터 아이콘키스경

추천수5

본 유저수389

작성 시간2008.07.27

 

 


제 1장

 

 

"하아- 하아…."

 

 어깨까지 오는 푸른 색 단발머리의 한 소녀가 가쁘게 숨을 쉬며 쉬지 않고 달리고 있었다. 마구 휘날리는 푸른 머리카락 사이로 언뜻 보이는 그녀의 입가엔 희미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숲에서 달리던 것이 어느새 바위산들이 빽빽한 곳으로 와 있었지만 소녀는 그저 달릴 뿐이었다.

 

 계속해서 멈추지 않을 듯 달리던 소녀의 발걸음이 갑자기 뚝 멈췄다.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서 있던 그녀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간다.

 

"…훗."

 

 그리고 들려오는 작은 웃음.

 

"후후후…."

 

 그 웃음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따. 맑은 웃음 소리가 바위산에 울려 퍼진다.

 

"…깔깔깔!"

 

 한 손은 허리에, 또 다른 한 손은 어느 새 올려진 입가에 대고 깔깔거리며 웃는 이 소녀는 고작해야 십대 중반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비록 뜀박질에 헝클여 졌지만 단정하게 잘린 그녀의 머리칼은 특이할 정도로 여러 푸른 색이 어우러져 있었다. 짙은 색 부터 밝은 색 까지. 땀에 조금 젖은 것 빼곤 피부도 하얗고 매끄러웠다. 가느다란 몸은 연약해 보이기 까지 했다. 그와는 달리 뜀박질은 잘 했지만.

 

 소녀의 눈은 깨끗하고 투명한 물빛을 하고 있었다. 이목구비도 뚜렷해 어렸을 때 부터 예쁘단 소리를 자주 들어봤다 싶을 이 소녀의 외모는 평범해 보이진 않았다. 약간의 레이스가 달린 하얀 와이셔츠와 무릎까지 오는 커다란 꽃이 한쪽에 그려진 짙은 주황색의 치마, 그리고 힐은 아니지만 발목까지 올라오는 굽있는 구두를 신고 숲 속과 바위산 속을 달려왔다는 것만 봐도 평범해 보이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지만.

 

 한참을 메아리가 치도록 깔깔거리던 소녀는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손을 배에 가져다 대었다.

 


꼬르륵~

 

"배고프네…."

 

 소녀는 자신이 한 쪽으로 매고 있던 조그만한 여행자 용의 갈색 가방을 뒤적거렸다. 하지만 손에 잡히는 것은 나오기 전에 챙긴 돈주머니와 몇개의 보석, 그리고 혹시몰라 가져온 호신용 단검이 다였다. 육포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게 왠지 서러운 그녀였다.

 

"여기 어디 멧돼지라도……."

 

 갑자기 밀려오는 허기에 소녀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때였다.

 

툭~

 

 무언가가 소녀의 다리에 닿았다. 소녀는 무엇인지 알기위해 고개를 돌렸다.

 

"어라…."

 

크르릉~

 

 회갈색의 짧은 털과 하얗고 커다란 송곳니와 돼지 특유의 코, 그리고 등에 갈기와 토실한 몸매를 소유한 이 생명체가, 아니, 이 수많은 생명체들이 소녀의 앞에서 날카로운 눈빛을 내뱉고 있었다. 소녀는 제일 앞 선두에 서서 자신을 노려보는 이 생명체를 가만히 바라봤다.

 

"……."
"……."

 

 계속 바라봤다.

 

"……."
"……."

 

 뚫어지게 바라봤다.

 

"……."
"……."

 

그러다 한참을 바라보던 소녀의 입이 살며시 열린다.

 

"…멧돼지?"

 

크워어어~!

 

 소녀의 말에 갑자기 이 멧돼지라 불린 생명체들이 위협적으로 울부짖으며 콧바람을 냈다. 그리고 돌진의 준비라는 것인지 발굽을 힘차게 구르고 있었다. 소녀는 그들의 강렬한 포스에 순간 뒤로 주춤했다.

 

"꺄아악~."

 

 소녀가 달리기 시작하자 멧돼지들(?)도 그녀에게 돌진했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돌진하는 이 멧돼지들의 수는 대략 100마리 정도 되 보였다.
 소녀의 숨이 가빠져왔다. 아무래도 하루종일 달린 것에 비해 아무것도 먹질 못해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속도를 늧출 수 없었다. 저 지치지도 않는 멧돼지 군단의 발굽에 처참하게 밟히기는 세상이 반쪽나도 싫었다.

 

"으아앙~ 내가 자기들이 멧돼지인게 콤플렉스였는지 어떻게 알았겠냐고오~!!"

 

 그랬다. 소녀는 몰랐지만 이 멧돼지 군단은 평범한 멧돼지가 아닌 엄연한 몬스터였고 또 자신들에겐 나름 '럭셔리'한 이름이 있었다. 그럼에도 외모로 인해 멧돼지라 불리는 것이 그들의 콤플렉스였고 그것을 몰랐던 이 푸른 머리의 소녀는 그들을 멧돼지라 불렀으니 화가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그 누가 이 사실을 알았으랴. 말 실수를 한 자신을 원망해야지.

 

"으아아악~~!!!"

 

 날이 어두워져만 가는 바위산에 소녀의 억울함이 담긴 안타까운 비명이 메아리쳤다.

 

 

 꼬르륵~

 

 소녀가 걸을 적마다 그녀의 배가 시끄럽게 울었다. 소녀는 지쳐보였다. 날은 어두워졌고 달은 비가 오려는지 시커먼 먹구름에 가려져 있었다. 끈질기게 따라오던 멧돼지 군단들은 해가지고 난 뒤 자신들도 지쳤는지 소녀를 쫓는 것을 관두고 돌아간 듯 했다. 그들의 철수(?)에 그녀는 조금 마음이 놓였지만 주위가 어두운 이상 신변이 안전한 것 역시 아니었다.

 

 체력은 이미 바닥 나 있었고 다리 뿐만 아니라 온몸이 후들거렸다. 맘 같아선 주저앉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근처에 먹을 것이나 마실 것이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그것조차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정말 잡초 몇풀과 크고작은 바위들 밖에 없어보였다.

 

 겨우 그 지긋지긋한 집에서 해방되어 자유의 몸이 되었는데 하루만에 이렇게 되어 버리다니. 괜히 나온걸까 라고도 생각해봤지만 그녀는 곧 고개를 저었다. 맘약한 소리를 할 마음이 있었다면 아예 나오지도 않았다.

 

 자신이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말아야 했다.

 

투둑-

 

 물 몇방울이 손의 콧등 위로 떨어졌다. 소녀의 걸음이 멈췄다.

 

"…비네."

 

 말이 끝나길 무섭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꽤 강하게 쏟아져 내리는 비에 소녀는 서둘로 주위를 둘러 보았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가 않는다.

 

"……아."

 

 눈에 빗물이 들어가 눈을 비비던 중 그녀의 눈에 바위 사이에 있는 동굴이 들어왔다. 작지만 잠시 몸을 피하기에는 괜찮아 보였다. 소녀는 서둘러 몸을 안으로 피했다.

 

"후우-."

 

 그제서야 숨을 내쉰 그녀는 동굴 한쪽 벽에 기대앉았다. 어두웠지만 안을 보니 꽤 아늑해 안심한 소녀는 기대앉은 채 다리를 펴고는 피곤한 눈을 감았다. 하지만 잠이 오질 않는다. 옷이 흠뻑 젖은 탓일까. 하얀 와이셔츠는 그녀의 깨끗한 속살을 보이게 만들었지만 그녀는 신경쓰지 않았다. 어차피 아무도 없고 날도 어두운데 뭐가 상관있겠냐는 식이였다.

 

 빗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고있자 여러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자신이 집을 나왔단 사실을 안 사람들이 많이 놀랐을까. 자신을 돌봐주었던 메어리 유모가 걱정할까. 아버지와 새어머니께선 자신에게 실망하고 계실까. 그리고 오라버니는…….

 

번쩍-

 

 갑자기 내려친 번개에 소녀는 감고있던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몇초 후 천둥이 크게 울린다. 그녀의 어깨가 약간 떨려보였던 것은 착각일까. 소녀는 폈던 두 다리를 오므려 무릎을 끌어당기고는 그 속에 고개를 파묻었다.

 

 

-

 

 

오랜만이군요, 메이플스토리의 소설계는. 물론 며칠 전부터 몇몇 분들의 작품을 보며 댓글을 남기긴 했지만 소설을 쓰는 것은 대략 1년만이네요.

 

1년간의 공백으로 인해 저를 잊으신 분들과 또 여전히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수도 있고 또 새로운 분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 공백으로 인해 어휘력이 많이 떨어져 있을 수도 있으니 글을 읽으시는 분께 양해를 드립니다. 1년 내내 영어를 쓰다보니 한국말을 점점 잊어가는 기분이 드는군요.(웃음)

 

-

오타지적 감사합니다(꾸박)

질문자 캐릭터
질문자 캐릭터 아이콘키스경 Lv.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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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2

  • 캐릭터 아이콘ReadDregon 2008.09.13

    흐음 먼산 그만보면 고맙겟소이다 누님 , 유학이아니라 대학때까지 눌러사시는게 아니었소 ? 헤헤헤

  • 캐릭터 아이콘키스경 2008.07.27

    :하하... 아직 아니랍니다. 현재 유학'중' 입니다(꾸박) 미국에 거주하고 있지요.

  • 캐릭터 아이콘내가쫌멋혀z 2008.07.27

    오호..참으로 황홀한 글이군요.. 그나저나 유학은 다 다녀오신건가요? 재밌게 보구갑니다 !!

  • 캐릭터 아이콘키스경 2008.07.27

    ....그렇군요. 왠지 쪽팔리네요. 하도 한타를 안치다보니(먼산) 어쩔수 없이 오타가 나오는군요. 체크 감사합니다~.

  • 캐릭터 아이콘괴도법사키드 2008.07.27

    [둥굴]->[동굴][늩줄 수 없었다.] -> [늦출 수 없었다(?)] [ 저 지티지도] -> [저 지치지도(?)]..이전 댓글을 쓰다 다시금 읽다 보니... 왠지 눈에 들어오기에 한 번 오타를 적어보았습니다. 이 것들이 오타가 아니라면 죄송합니다.^^; 그리고, 집 나온 어린숙녀께서 어떤 일들을 벌일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and 필력좋으시네요.^^

  • 캐릭터 아이콘키스경 2008.07.27

    :어머나... 과찬입니다. 댓글 달아주신 것 감사합니다(웃음)

  • 캐릭터 아이콘괴도법사키드 2008.07.27

    ... 맙소사-! 라는 감탄사 절로 나오는 군요! 으음. 말로 표현하기 좀 그런... 어찌됐든 재미있고, 잘쓰시네요! 담편기대요^^*

  • 캐릭터 아이콘키스경 2008.07.27

    :칭찬 감사합니다. 내용은... 아직은 중요한 것들을 쓰지 않았습니다. 메이플스토리와 관련된 것으로 한 2편부터 조금씩 나올 듯 합니다. 나름대로 판타지랍니다(웃음)

  • 캐릭터 아이콘채Ol니스 2008.07.27

    내용은 짐작을 못하겟내용 ㄷㄷ 판타진아닌거같고 ㅋ

  • 캐릭터 아이콘채Ol니스 2008.07.27

    와 잘쓰시내요 ㅎㅎ 잘보고갑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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