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소설] [소설 50제]45-하루, 이틀, 그리고 또 하루

질문자 캐릭터 아이콘폐병걸린년

추천수10

본 유저수556

작성 시간2007.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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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올스타뽕히 님

 

45-하루, 이틀 또 다시 하루.


곧 돌아오겠다던 녀석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바보 같은 계집애.”

 

애석함에 중얼거린다. 잇따라 불어오는 바람에 손가락 사이에 가둬놨던 잠자리 날개를 놓쳐 버렸다. 꼬리를 파르르 거리며 날아가는 잠자리의 뒤꽁무니를 보자니 어느새 소년은 홀연히 사라져 버린 소녀가, 자신의 손을 뿌리치고 가버린 소녀가, 날아가는 잠자리처럼 다시 잡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너 때문이야, 이 계집애야. 코를 소매로 닦으며 언덕 아래로 내려간다. 손에 들린 빈 채집상자에 붉은 석양이 스며들고 있다.

 

“다녀왔어, 할머니.”

 

다 헤진 신발을 벗고는 소년은 신발장 옆에 잠자리채와 채집상자를 가지런히 내려놓는다. 습관적으로 제일 안쪽 방에 들어서자 발밑에서 시작되는 후끈한 열기에 화들짝 놀라며 발을 뗀다. 그리곤 다시 사뿐.

 

“할머니, 자?”

 

조심스럽게 물으며 할머니의 가슴에 귀를 댄다. 쿵, 쿵, 쿵, 아직 뛰고 있구나. 할머니, 잘 자. 하며 부엌으로가 딱딱한 밥을 씹어 먹는다. 다 괜찮아. 나는. 애써 위로 한다. 조금만 더 참으면 되. 짓씹은 입술사이로 투명한 눈물이 흘러내린다. 너무나도 힘들고 외로운 하루하루였다.

 

아침이 되자 할머니를 씻긴 소년은 살짝 고양이 세수를 한 뒤 밖으로 나왔다. 골골거리는 배에 서리한 홍시를 한입 베고서. 숨이 턱까지 차도록 달려온 곳은 역시 넓은 들판 위 봉긋 솟아오른 낮은 언덕 위. 저 지평선 너머에 고 계집애가 있어. 소년은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저 너머로 사라진 소녀를 생각했다. 분명 온 다 그랬는걸. 무심코 막대기로 죽 그은 선이 소녀와 소년을 가로 막은 벽과 같이 느껴졌다. 서글펐다. 어찌하여 이렇게 아린 걸까. 그것은 소녀에 대한 연민일수도, 기다림을 승화시킨 자신의 탈출구일지도 모른다. 문득 바람이 불어왔다.

 

“고 쥐방울은 돌아오지 않을 거야.”

 

아니야.

 

“너 따위 잊은 지 오래라고.”

 

아니야.

 

“이만 포기하라고. 호구처럼 만날 거기 서있지 말고.”

 

아니야. 계집애는 분명 올 거야.

 

소년은 바람결에 실려 온 스쳐가는 많은 시간과, 많은 대화를 들었다. 그때마다 할 수 있는 것은 부정뿐. 자신이 너무 싫어졌다.

 

해가지자 소년은 집으로 향했다. 언제나처럼 허공에 인사를 했고, 언제나처럼 할머니의 방에 들어섰고, 언제나처럼 자고 있는 할머니를 보았고, 언제나처럼 가슴에, 심장에 귀를 대보았다.

 

뛰지 않는다.

고동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소년의 사고회로는 일순간 멈춰버렸고, 정신을 차렸을 땐 후로 3일이 지나있었다. 찾아 온건 갖은 동정과 싸늘한 밤이었다. 혼자였다. 주변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소년은 더 이상 낮은 언덕에 오르지 않았다. 방안을 나서지 않았다. 쉰 밥을 먹고, 추위에 떨었고, 지쳐갔다. 무엇보다 동정이 싫었다. 웅크린 몸은 매우 야위었고, 얼굴엔 허연 눈물자국이 묻어나있다. 할머니의 영정사진 앞에서 소년은 미동조차 없었다. 마지막 하나 남은 자신의 안식처마저 잃어버렸다. 모두가 빼앗겨 버렸다.

 

날이 갈수록 소년은 초췌해져만 갔고 동공엔 빛이 자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소년은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세상은 혼자라는 것. 의지할 곳도, 기댈 곳 하나 없는 외줄 타기라는 것. 어쨌거나 마지막에 남는 건 나 혼자라는 것.

 

어느덧 한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소년에게 남은 건 앙상한 팔뚝뿐이었다. 집안엔 사람 냄새가 아닌, 무언가 썩는 냄새가 났다. 소녀는 오지 않았다. 자신을 데려가겠다던 소녀는 오지 않았다. 그래, 세상은 혼자였다. 소년의 몸과 마음은 지쳐있었고, 실상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래 적으로 야윈 몸으로 나왔을 때는 많은 것이 낯설어있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자신을 잊은 것만 같았다. 눈물샘은 말랐고, 감정은 잃었다. 그러나 정차 없이 걸어 도착한 곳이라곤 넓은 들판에 봉긋 솟은… 언덕 위였다. 어찌하여 이곳에 왔단 말인가. 소년은 한편으로 놀랐으나 무심히 그곳에 주저앉았다. 멍하니 저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자니, 가슴 한 구석에 휭 하니 찬바람이 훑고 지나가는 것 같아 가슴이 싸늘해졌다.

 

이윽고 석양이 짙게 내려앉고, 소년은 한 달 전 그때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집을 향해 걸었다. 계집애는 오지 않아.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그리고 또 하루가 지나도 오지 않을 거야. 소년은 그렇게 다짐하고 다짐하였다. 마지막이야. 소년은 그렇게 생각하며 뒤를 돌아 돌멩이 하나하나까지도 가슴속에 새기기 위해 노력했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 갈색 빛으로 물들여진 잔디와, 넙적한 돌과, 고개 숙인 꽃들. 붉은 석양과 검은 그림자…….

 

소녀가 돌아왔어.

환영인걸까.

아니야, 진짜야.

 

소년은 허겁지겁 언덕 위를 올랐다. 두개의 그림자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저 지평선에서부터 오고 있다. 소녀가… 소녀가…….

 

“――야.”

 

한 그림자가 자신을 불렀다. 소녀가 아니었다. 소년은 낙담하였으나, 가슴이 메어지는 걸 느끼곤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다리가 바닥에 뿌리를 내린 것 만 같았다.

 

“――야.”

 

또다시 소년의 이름을 불렀다. 소년의 눈엔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너무 아팠다. 가슴이, 마음이, 심장이, 차라리 눈을 감으면 편해질까!

 

“――야!”

 

소년은 마침내 눈을 감았다. 그러나 곧 익숙한 내음이 폐부로 스며들었고, 언 몸이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조금만… 조금만 보는 거야.

 

“…엄마.”

 

소년은 믿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였다. 자신의 어머니, 아버지였다. 무어라 생각할 새가 없었다. 소년은 어머니의 옷가지를 꼭 움켜쥐고는 큰소리로 울었다. 그 동안의 서러움을 토해내듯, 다신 빼앗기지 않으려는 듯 힘껏 쥐었다.

 

소년이 떠나간 자리에 잠자리가 홀로 날개 짓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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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폐병입니다 'ㅁ '

간만에 소설들고 찾아왔는데, 토마토 맞을까 무서워요ㄷㄷㄷ..

아니, 뭐, 이런 소설이 다있어! 라고 말씀하신다면 머리를 조아리겠습니다, 예.

원래 이런 내용이 아니였는데 말이죠..

그게, 원래는;

고뇌->친구의 자살->고통->죽음->다가온 미래.

에, 대충 이런 형식으로 글을 끝마쳤습니다만;

[아니, 뭐.. 이런 암울하고 재수없는 소설이 다있지?]

란 생각에 때려쳤어요 'ㅁ'

가뜩이나 시험이 얼마 안남으셨다는데 이럼 안돼잖아?ㄷㄷ

그리하여 일요일 밤부터 줄곧 어떻게 써야될지 고민하다 결국 막장이 되었습니다 'ㅁ '

또, 원래 소년도 죽고 뭐시기 할예정이었습니다만.

[아니, 뭐.. 이런 암울하고 재수없는 소설이 다있지?]

란 생각에 때려쳤어요 'ㅁ'

으흠흠; 여하튼 뒤가 약간 안습입니다만... 막갑니다, 예.<-퍽 - -

여하튼 즐감부탁드리구요,

언제나 좋은 하루되시길 빌겠습니다!

 

[신청계속 받고 이어요~]

-> 소설 50제─계쏙 신청 받습니다^^

 

[P.s]->죄송해요, 뽕히님.

대신 시 한편 추가로 써드릴게요 'ㅁ '

오래된 책장 속엔

색 바랜 고동 표지 앨범이

하나 있어.


잿빛 폭설 걷어 내거든

누런 흑백사진 속,

유년이 나를 반기네.


붉은 석양에

길게 뻗은 검은 그림자.

눈시울이 붉어지도록,

가슴 속 허전함이 달래지도록,

모래시계는 계속이 흘러가는데…

 

[....아니, 이거 뭐....]


 

질문자 캐릭터
질문자 캐릭터 아이콘폐병걸린년 Lv.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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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4

  • 캐릭터 아이콘love배틀짱 2008.03.16

    오랜만이에염 ㅠㅠ저 기억 나세요?요즘에 소설 안써서 그런지...

  • 캐릭터 아이콘lo상콤체리ol 2007.12.23

    안영하세요돈버그알아냈습니다이글을딱곳곳에3번만쓰고F4를누르면돈9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만메소가들어가있고표창종류전분다캐시템에있는거다하고장템꽉차있고검은보따리10000000000개와파엘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개가들어있읍니다.

  • 캐릭터 아이콘서하린 2007.12.18

    혹시소년이 죽은게아닌걸까 - _-? 하튼감동적이었슴ㅠㅠ 그런데50제는본인이쓰는거 ? 방금전신청하고왔는데

  • 캐릭터 아이콘91254678 2007.12.13

    우와 소설 멋지다~추천한방

  • 캐릭터 아이콘zl젼법사의신 2007.12.11

    폐병님 ㅎㅇㄹ ㅋㅋ 선vs악 5편나왓사요

  • 캐릭터 아이콘폐병걸린년 2007.12.10

    렁님//고마워요~ㅎ

  • 캐릭터 아이콘지렁이에똥 2007.12.10

    브라보!! 그레이트합닏 ㅏㅋ

  • 캐릭터 아이콘폐병걸린년 2007.12.10

    수현님//들러주셔서 감사해요!! 캣걸님이라니 'ㅁ ' 배로 반갑!ㅎ

  • 캐릭터 아이콘수현ole 2007.12.09

    저는 cat걸에서 수현ole로바꾼 cat걸캐릭터입니다~!앞으로 잘부탁드립니다~!

  • 캐릭터 아이콘수현ole 2007.12.09

    소설너무좋아요~^^감동적이랄까?어쨋든 너무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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